
[더지엠뉴스-차이나데일리]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20년 넘게 추진해온 개방경제 전략이 다시 국제무대 중심에 섰다.
9일 홍콩과 도쿄에서 발표된 전문가 분석과 중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등 경제적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서도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앞세워 세계 경제의 안정 장치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리쿄대학 경제학부 곽양춘 교수는 “중국은 다자주의와 세계 경제 질서의 중심축으로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 비차별, 다자주의를 외치던 미국이 최근 ‘미국 우선주의’라는 이름 아래 보호무역으로 선회하는 것은 역사적 반전”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이어 “그에 반해 중국은 선진 경제국의 면모를 갖추면서 자유무역을 지키는 새로운 주역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지난 4월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WTO 가입 당시 평균 15.3%였던 관세율을 현재 7.3%까지 낮췄다. 이러한 개방 정책과 제도 개혁은 중국 경제가 세계 2위로 성장하는 기반이 되었고,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전 세계 경제 성장의 약 30%를 기여하고 있다.
미얀마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중국은 단순히 기존의 질서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다자주의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소는 중국이 주창한 글로벌개발구상(GDI), 글로벌안보구상(GSI), 글로벌문명구상(GCI) 등을 “진정한 다자주의의 원칙과 구조를 담은 약속”이라고 정의했다.
해당 연구소는 또한 “미국이 지진 피해를 입은 미얀마에 44%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 상황에서, 미얀마는 중국과 같은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받는 것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다. 이 협정은 아세안 10개국과 중국,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 협정으로, 교역 확대, 시장 접근, 물류 연결성, 인프라 업그레이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컨설팅업체 인피니티(Infinity LLC)의 다시로 히데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지만, 그 영향력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만약 중국이 국제 정의를 주장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일방적 조치로 인해 많은 개발도상국이 세계 무대에서 발언권조차 잃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세계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무기력하게 대응했다면 국제 정의는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라며 “중국은 새로운 다자경제 질서를 구축하려 노력 중이며, 이는 취약 국가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핵심 동력”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RCEP 체결 이후 일본과 중국 간의 무역도 확대됐고, 중국은 일본산 사케의 최대 수출 시장이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중국 기업들이 일본 사케 생산 업체 인수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국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방문교수이자 한중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인 강호구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단순히 ‘중국산’이라는 이유로 물건을 선택하지 않는다. 전 세계 소비자는 여전히 합리적 판단을 기반으로, 가장 가성비 좋은 상품을 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도 생산비 상승 등 경쟁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전 인류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중국이 반복해서 언급하는 것처럼 관세전쟁은 승자가 없는 싸움”이라며 “공공복지와 세계 번영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으며, 진정한 진보는 건설적인 참여와 건강한 경쟁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곽양춘 교수는 “현재 글로벌 경제가 침체 상황에 놓인 만큼, 단일 국가의 힘만으로는 해법을 마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분할과 지배’ 전략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이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동체로서의 단결과 장기적 시각”이라며 “중국과 세계는 지금이 바로 하나로 연대할 때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이나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