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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31 (토)

닫히는 국경, 흔들리는 자유 미국의 유학생 비자 제한이 말하는 것은

더지엠뉴스 송종환 기자 |

한때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심장이라 불리던 곳에서, 이제 지식의 경계마저 국적으로 갈라지고 있다.

 

미국이 과학기술 분야 유학생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을 제한하거나 심사를 지연시키는 조치는 그 자체로 어떤 정책보다 명확한 정치적 선언이다.

이 조치는 단지 중국 유학생의 입국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고등교육 시스템 전체가 안보 프레임 안으로 편입되었다는 점에서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미국은 국가안보라는 말을 반복하지만, 실제로는 '기술 패권'이라는 더 본질적인 목적이 있다.

정보기술, 반도체, 양자물리, 인공지능… 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가시화되자, 결국 사람의 이동 자체를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상이 하필이면 '학생'이라는 점이, 이번 사안을 더욱 예민하게 만든다.

 

유학생은 전쟁의 병사도 아니고, 외교의 협상 대표도 아니다.

그들은 언제나 교육과 학문, 탐구와 교류의 상징이었고, 그 자체로 국가 간 신뢰의 가장 직접적인 연결고리였다.

이 연결을 끊는 행위는 단지 비자 한 장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우리는 더 이상 열려 있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에 다름없다.

 

더 무서운 것은 이것이 법률이나 공식 선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체적인 기준은 비공개이고, 적용은 자의적이며, 설명은 부재하다.

학생 개개인은 비자 인터뷰에서 가족 관계, 병역 이력, 출신 대학의 협력 기관 등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정보로 심판받는다.

 

학계는 당혹스럽고, 외교가는 불편하며, 학생은 침묵 속에 포기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것이 너무 조용히,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이민자와 유학생이 만든 것이라는 말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다.

'지식은 국경을 넘는다'는 이상도 이제는 구호처럼 들린다.

대신 국가들은 학문도 자산이며, 그 자산을 통제하는 것도 주권의 일환이라는 주장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런 논리로 정당화된 통제는 언제나 자신의 신뢰를 먼저 소모한다.

미국은 지금, 비자를 통해 국경을 닫으며 동시에 자신의 개방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부정은 언젠가 고립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올 것이다.

 

열린 문은 설득이고, 닫힌 문은 통보다.

유학생을 내치는 조치는 결코 기술의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건 단지, 누구와 함께 미래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선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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