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합의 이행 차원에서 자국이 부과한 대미 비관세 제재를 부분적으로 유예했다.
15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전날 발표를 통해 지난달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발표한 일련의 보복 조치 중 일부를 90일간 유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4일과 9일,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관세 부과를 재개하자 미국 기업 28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포함시키고, 이중용도(민군 겸용) 물자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7개 기업에 대한 수출입 및 투자 금지 조치와 28개 기업에 대한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는 14일부터 90일간 적용이 중지됐다.
이날부터 중국은 해당 기업들의 수출입 활동을 일부 허용하되, 규정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가를 내릴 방침이다.
다만 제재 해제 범위에서 희토류는 제외됐다.
중국이 4일 발표한 사마륨(Samarium), 가돌리늄(Gadolinium), 테르븀(Terbium), 디스프로슘(Dysprosium), 루테튬(Lutetium), 스칸듐(Scandium), 이트륨(Yttrium) 등 7종의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는 이번 유예 조치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은 이를 별도의 전략물자 통제로 간주하고 있으며, 현재로선 유예나 완화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양국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협상을 통해 관세 인하에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4월 2일과 9일에 각각 부과한 115%의 고율 추가 관세 중 91%를 즉시 취소하고, 나머지 24%는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 합의에 따라 14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던 추가 관세를 기존 125%에서 10%로 인하했다.
미국은 여전히 합성 마약 펜타닐(Fentanyl) 관련 품목에 20%의 관세를 유지하며, 트럼프 집권 이후 누적된 대중 관세는 총 30%가 된 상태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발표에서 미국의 관세 인상에 맞서 지난달 취한 비관세 보복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 유예 발표는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중국은 이를 "양국 합의 이행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략물자인 희토류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향후 미중 기술 및 자원 경쟁에서 중국이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카드로 평가된다.
사마륨, 디스프로슘 등은 전기차 모터, 군사용 레이더, 인공위성 부품 등에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자원으로, 미국 내에서도 대체 공급선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지난 수년간 이 자원을 '전략 무기'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해 왔다.
이번 조치는 미중 간 갈등 완화를 위한 부분적 신호로 읽히지만, 자원 패권 경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 당국은 희토류 관련 조치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 없이 "국가 안보와 이익 보호를 위한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펜타닐, 군수 기업, 고관세, 이중용도 품목 등이 교차하며 전개되는 이번 미중 협상 국면에서 중국의 선택적 유예는 협상 지속의 명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핵심 자원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루테튬, 스칸듐 등 희귀 원소에 대한 수출 통제의 향후 연장은 미중 기술 패권 구도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5일 현재, 미국은 해당 발표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상무부 역시 유예 종료 이후 조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합의 이행 상황을 보아 후속 조치를 판단할 것”이라는 원칙론만을 언급했다.
펜타닐 관련 관세나 전략물자 수출 제한 등 주요 쟁점이 남아 있는 가운데, 이번 유예 조치는 미중 간의 본격적인 긴장 해소라기보다 다음 협상을 위한 ‘시간 벌기’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사마륨, 가돌리늄, 디스프로슘, 루테튬, 테르븀, 스칸듐, 이트륨이 포함된 희토류 수출 통제 유지 발표는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계산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중국은 기술과 자원을 안보 프레임에서 재정의하며, 제재와 협상의 균형점을 조율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번 발표는 합의 존중과 국제 규범에 따른 조치”라고만 짧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