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 월간 <중국> | 중국과 한국은 바다를 사이에 둔 (一衣帶水)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오해와 불안에서 비롯된 ‘불편한 감정’이 감지되고 있다. 이같은 일부 분위기는 종종 양국 국민 사이에 마땅히 존재해야 할 상호 이해와 존중의 목소리마저 흐리게 만든다. 중한 양국 정상이 지난 6월 10일 전화 통화에서 인문 교류 심화와 민의 기반 다지기를 강조한 것은 현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한 결과다. 그렇다면 이런 장애물을 어떻게 걷어내고 중한 우호의 씨앗을 상호 신뢰 토양에 뿌리내려 튼튼하게 자라나게 할 수 있을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양국 국민에게 주어진 공동 과제일 것이다.
안개 속 갈림길: 인식 차이와 보이지 않는 장벽
최근 몇 년간 중한 관계가 겪는 어려움의 깊은 뿌리에는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상당한 괴리가 자리잡고 있다. 안타깝게도 중국과 한국 일부 국민은 특정 사건이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은 소식에 주목해 서로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갖게 되고 이는 상대방을 객관적이고 폭넓게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일부 언론도 논쟁이 될 만한 이슈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춰 두 나라 간 폭넓게 이어져 온 우호적인 교류는 간과하고 있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결과적으로 편견을 확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왜곡된 정보가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되면서 양국 국민 사이의 신뢰와 우정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정보 환경은 마치 짙은 안개와 같아서, 양국 국민이 상대방의 진실되고 다면적인 모습을 명확하고 폭넓게 이해하는 것을 저해한다. 특히 일부 젊은 세대가 황색언론이 쏟아내는 단편적 정보만으로 상대를 판단하려 하면 서로에 대한 오해는 깊어지고 인식의 간극 또한 알게 모르게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위기 돌파: 진정한 소통과 책임 있는 자세로 상호 노력
이렇게 잘못된 인식의 장벽을 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접촉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한 전 주중 한국대사가 했던 “중국을 이해하려면 망원경을 내려놓고 현미경을 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듯이, 파편적인 정보로 중국의 윤곽을 어렴풋이 짜 맞추기 보다 직접 그 땅을 밟아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중국인을 직접 만나 소통하고 일상을 함께 경험하며 수천 년 역사가 녹아 있는 다양한 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 말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한국에 대해 단방향 비자 면제 정책을 시행했다. 한국 친구들이 상하이(上海)의 화려한 난징(南京)로를 즐기거나 붉은 대문과 회색 벽돌이 만들어내는 정취가 멋진 베이징(北京) 후퉁(胡同)을 거닐어 봐도 좋을 것이다.
늘 한국인에게 인기 많은 장자제(張家界)의 경이로운 자연 경관에 흠뻑 빠져들다 보면, 막연히 가지고 있던 ‘불편한 감정’이라는 꼬리표는 자연스럽게 생동감 넘치는 발전과 온기 어린 활력이라는 중국의 실제 모습으로 스며들 것이다. 중국이 과학기술, 환경 보호, 빈곤 퇴치 등 다양한 분야에 기울인 진정성 있는 노력을 직접 눈으로 보고 평범한 중국인들의 친절함과 삶을 향한 열정을 마음으로 느껴 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뿌리 깊은 편견을 녹여낼 가장 강력한 무기다.
미디어는 두 나라 국민 인식의 격차를 메우는 데 본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미디어는 공공의 도구로서 대중의 인식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복잡한 중한 관계를 다룰 때, 미디어는 단순한 서사 구조를 넘어 균형 잡히고 심층적이며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제공해야 한다. 중한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효익을 대중이 충분히 인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양국이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편익들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다. 더불어 미디어는 대중이 막연한 불안감에 휩쓸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도록 이끌 책임이 있다.
1인 미디어 형식을 내세우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역시 진실된 정보를 전파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정보 흐름 속에서 플랫폼은 극단적인 허위 콘텐츠 확산을 억제해야 한다. 특정 정보만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필터버블’을 형성하지 않고 한발짝 더 나아가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추천해야 한다. 이성적인 대화를 장려하고 사실에 기반한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것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책무다.
미래를 위한 노력: 중한 우호의 단단한 토대 구축
중한 양국이 우호적인 미래를 만들려면 신뢰와 이해의 자양분을 꾸준히 함께 공급해야 한다. 특히 청년 교류 심화는 장기적인 우호 관계를 위한 굳건한 토대를 다지는 핵심 요소다. 미래를 대표하는 청년 간 상호 이해는 양국 관계의 장기적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를 위해 양국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두 나라 대학 간 교환 학생 프로그램과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청년 예술가, 창업가, 과학기술 인재의 상호 방문과 협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여름 캠프나 문화 체험 프로그램과 같은 몰입형 프로그램을 면밀히 구성해 젊은 세대가 함께 탐색하고 배우고 창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우정을 쌓고 이해의 씨앗을 심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화, 지역, 경제 분야의 실질적인 협력 확대는 중한 관계의 탄력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핵심 동력이다. 문화적 공명(共鳴)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다. 영화∙드라마, 음악, 문학, 전통 예술 등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해 양국 국민이 문명의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은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줄 것이다.
또한 두 나라 우호 도시(성과 시) 간 실질적인 교류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경보호, 도시 관리, 지역 사회 서비스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한 분야의 협력을 전개해야 한다. 동시에 디지털 경제와 인공지능(AI), 바이오 의약, 친환경 에너지 같은 신흥산업의 협력 공간을 적극 개척해 공동 이익망을 더 촘촘히, 더 튼튼하게 만들어 협력의 성과가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다층적 협력은 중한 관계를 지탱하는 가장 굳건한 초석이 될 것이다.
중한 관계라는 배가 인식의 안개를 헤치고 순항하려면, 우리가 더욱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포용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의 굴기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중국의 제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 관계를 이성적인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역동적인 변화 안에 양자 간 상호작용을 심도 있게 살피고, 협력하며 상생의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중국 또한 이웃 나라 관심사에 대해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자국의 입장을 견지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문화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필터버블 현상을 벗어나, 편견의 장벽을 넘어, 상호 발전의 온기와 문명의 맥동을 직접 느낄 때 비로소 온갖 소음에 가려진 진실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풍문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민중이 많아질 때 중한 우호의 토대는 진정으로 두터워질 것이다.
“도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않고, 사람에게는 다른 나라가 없다(道不遠人 人無異國).” 당(唐)나라에서 활동했던 신라 시대 학자이자 관리였던 최치원이 <쌍계사진감선사비명(雙磎寺真鑑禪師碑銘)> 서문에 남긴 이 말처럼, 지리적 장벽을 초월한 깊은 우정이야말로 비바람을 겪은 중한 관계가 돌아가야 할 정신적 고향이다. 오직 이성으로 시야를 밝히고 진심으로 마음밭을 가꿀 때에 양국 국민이 다시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글 | 잔더빈(詹德斌) 상하이 대외경제무역대학 조선반도(한반도)연구센터 주임·교수, 상하이시 조선반도연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