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중국이 일대일로(一带一路) 구상의 핵심 경로인 ‘남방 육상통로’를 현실로 옮기며 베트남과의 연결성을 대폭 강화했다.
14일 중국 외교 및 운송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0분,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과 윈난성 쿤밍에서 출발한 두 대의 국제화물차가 전자 부품과 신선 채소, 생활잡화 등을 싣고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향해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이 노선은 대메콩강유역권(GMS) 협정에 기반해 승인된 첫 정규 육로 통상 사례로, 중국 차량이 협정에 따라 베트남 본토로 공식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물차는 광시의 여우이관(友谊关, Youyiguan)과 윈난의 허커우(河口, Hekou) 국경 개방항을 거쳐 하노이까지 진입하며, 약 1,000km가 넘는 경로를 안정적으로 소화하게 된다.
기존에는 해상과 철도, 복합 운송 방식이 주로 활용됐으나, 이번 국제도로 개통으로 육상 물류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다. 신화통신은 이번 도로망 운행으로 기존 대비 하루 이상 운송 시간이 단축되며, 트럭 한 대당 물류비가 최대 1,000위안(약 19만 원)까지 절감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물류 비용 절감을 넘어, 중국-동남아 간 상호의존적 공급망 강화, 국경 간 산업분업의 본격화를 예고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 정부는 이번 개통이 ‘일대일로’의 실질적 이행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광시와 윈난은 남방육상통로(南向通道)의 전략적 거점으로, 이들 지역에서 출발하는 교통망은 베트남뿐 아니라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등 중남반도 전역과 연결된다. 이미 중국-라오스 철도와 아세안 고속도로망(AH)이 연결돼 있어, 이번 도로 운송망 개통은 아시아 내륙권을 하나의 거대한 순환경제권으로 통합하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베트남 역시 환영의 분위기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북부 지역 산업단지들은 대규모의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신선 농산물 등 베트남산 수출품 역시 중국의 내륙 도시로 직접 육로 수송이 가능해졌다.
베트남 현지 기업들은 “수입 비용이 감소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생겼고, 기존보다 안정적인 수출입 흐름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시진핑(习近平, Xi Jinping) 국가주석이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체결한 양국 협력 강화 약속 이후, 가장 빠르게 실행된 실물 인프라 성과다. 당시 양국은 경제 회랑 조성, 고속철도·물류망 구축, 디지털 경제와 녹색 기술 협력 등 다방면의 협력을 공고히 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단순한 물류 인프라를 넘어,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베트남처럼 상대적으로 경계적 위치에 있던 국가들까지 끌어안으며 주변국과의 신뢰 기반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번 도로망 개통을 통해 대외 공급망 안정성 확보는 물론, 미국 중심의 글로벌 물류 체계와 구별되는 ‘중심축 중심 다극화 운송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 중국이 아세안과의 협력 구도를 “다층 교통망” 기반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신뢰·경제적 상호보완·문화적 연계를 동시에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조치가 읽힌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소속 연구자는 “중국과 베트남 간 육상 연결이 단순한 도로 개통에 그치지 않고, 동남아시아 전체를 관통하는 일대일로의 육상 파이프라인 완성도를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평가했다.
일대일로 전략은 출범 초기 해상 실크로드와 유라시아 대륙철도를 중심으로 확장되었으나, 이제는 중국과 접경한 모든 이웃국가와의 지상 연결망 구축을 통한 전방위적 확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