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국산 계산능력(算力) 산업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주 DeepSeek V3.1 공개 이후 칸우지(寒武纪, Hanwuji)와 하이광신시(海光信息, Haiguang Xinxi) 등 주요 종목이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5일 칸우지 주가는 11.4% 오른 1384.93위안(약 274만 원)으로 마감했고, 시가총액은 5800억 위안(약 1147조 원)에 육박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내 AI칩 시장은 미국 제재 속에서도 빠른 속도로 확장 중이다. 2024년 중국 가속 칩 출하량은 270만 장을 넘어섰으며, 이 중 국산 브랜드가 82만 장 이상을 차지해 점유율이 30%에 달했다. 칸우지, 화웨이(华为, Huawei), 하이광신시, 수이위안(燧原, Suiyuan), 무시(沐曦, Muxi) 등 주요 기업들이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
최근 발표된 DeepSeek V3.1은 ‘UE8M0 FP8 Scale’ 정밀도를 적용해 주목받았다. 이는 FP16 대비 동일 면적에서 성능을 두 배로 끌어올리면서 전력과 대역폭 소모를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곧 출시될 차세대 국산 칩에 맞춰 설계됐다. 중신건투는 “FP8 도입은 국산 칩과 모델 간 적합성을 높여 생태계 확산 속도를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 확대도 눈에 띈다. 일부 증권사는 바이두(百度, Baidu), 알리바바(阿里巴巴, Alibaba), 텐센트(腾讯, Tencent), 바이트댄스(字节跳动, ByteDance) 등 4대 인터넷 기업의 2025년 설비투자가 3000억 위안(약 594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텐센트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국산 추론 칩을 포함한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하고 있다”며 칸우지와 화웨이 칩을 대안으로 거론했다.
고성능 칩 확보는 정책 차원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데이터국은 2024년 초 하루 1000억 개 수준이던 중국 내 토큰 처리량이 올해 6월 말 이미 30만억 개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1년 반 만에 300배 이상 증가한 셈으로, 이는 AI 애플리케이션 확산 속도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 속에 글로벌 투자은행도 움직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4일 칸우지 목표주가를 기존 1223위안에서 1835위안으로 상향 조정하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이는 향후 12개월간 47.6%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국내 시장에선 여전히 엔비디아가 절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수출 통제로 인한 공급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산 칩은 빠른 성능 개선과 생태계 확장으로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특히 DeepSeek 호환을 발판 삼아 인터넷 대기업과 정부, 금융권 수요를 흡수하면서 ‘천억 위안(약 198조 원) 규모 시장’ 진입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