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 첨단신기술개발구(国家高新技术产业开发区)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정책 제언이 나왔다.
한 대표 위원은 이번 회의에서 이 개발구들이 과거의 창업보육, 기술시험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 중국 산업 전략의 ‘핵심 추진 장치’로 역할을 전면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제언은 단순한 방향성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 개편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중앙정부의 중장기 산업정책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먼저 현행 첨단신기술개발구가 중국의 과학기술 혁신체계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성장 격차, 기술 상용화율 저조, 인재 유출 등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개발구가 중국 정부의 전략적 신산업 육성기지로 재정의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핵심 과제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첫째는 ‘전주기 혁신 사슬’의 재정비다.
즉, 기초 연구 → 응용 연구 → 기술 이전 및 상용화 → 대규모 산업화로 이어지는 연구개발 전 주기를 하나의 통합 체계로 연결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정책적 매커니즘과 평가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까지는 기술이전과 창업 보육 중심의 인프라가 개발구 정책의 중심이었으나, 향후에는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중대기술 실증, 글로벌 산업 파트너십, 해외 진출 기반까지 포함하는 국가 산업화 전초기지로 역할이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는 ‘중앙 집중형 평가 및 통제 시스템’ 도입이다.
그는 “현재 각 지역의 개발구는 독립적인 평가 기준과 예산 집행 구조를 갖고 있어 중복 투자와 과잉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가 일관된 관리·감독 기준을 수립하고, 모든 개발구의 성과를 동일한 프레임에서 비교 가능하도록 만드는 ‘전국 통합형 성과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시스템은 정량적 지표(논문, 특허, 수익 등)뿐 아니라 정성적 지표(기술 상용화율, 국제협력 정도, 신기술 글로벌 시장 도달도 등)를 포함해야 하며, 특정 분야에 특화된 개발구는 ‘전략기능지구’로 따로 분류해 집중 육성하는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셋째는 ‘기술 인재 및 자본 집중화’다.
대표 위원은 “현재 일부 개발구는 중소 규모 창업기업의 잦은 출입과 인력 순환으로 인해 기술 깊이가 축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고급 R&D 인력과 중견 기술기업의 장기 정착 유도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해 ▲외국 전문가 초청 비자 제도 간소화 ▲과학기술인 대상 주택·교육·의료 패키지 제공 ▲기술 리더 기업에 장기 임대형 전용 클러스터 배정 등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민간 자본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기술개발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 리스크 보증펀드’ 및 ‘기술특화 은행(기술은행)’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째는 ‘글로벌 산업 연계도 강화’다.
그는 첨단신기술개발구가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혁신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공동개발, 다국적 기업의 R&D 센터 유치, 국제 학술 교류 활성화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글로벌 전략 파트너인 ‘일대일로(一带一路)’ 국가들과의 첨단기술 협력구를 개발구 안에 내재화하는 구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외자 유치를 위한 외환 제도 유연화, 다국적 법인 설립 간소화, 중·영·불어 등 다국어 행정 시스템 도입, 법률·세무·회계 분야 국제 자문단 운영 등 ‘국제 환경 친화적 개발구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같은 제언은 단지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반영을 위한 실무 절차도 이미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해당 제안을 공동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조항은 2025년 정부업무보고에 포함되기 위한 문안 협의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 운영 중인 173개 국가 첨단신기술개발구는 중국 전체 GDP의 13.3%를 차지하며, 기술형 중소기업의 약 4분의 1이 이곳에 집중돼 있다.
또한 전체 R&D 투자액의 약 30.5%가 이 개발구를 통해 집행되고 있으며, 2024년 기준으로 약 5,300여 개의 기술기업이 국가급 개발구를 거점으로 활동 중이다.
중국 정부는 향후 5개년 계획을 통해 개발구 간 기능 분화와 구조 재편을 본격화할 방침이며, 일부 핵심 개발구는 ‘국가 전략기술 플랫폼’으로 승격되어 인프라와 예산을 대폭 확대 지원받게 된다.
이번 전인대 대표 위원의 제언은 이러한 정책 흐름에 명확한 방향성과 실행 논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정부와 산업계 양측 모두에게 실질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KIC중국(글로벌혁신센터·김종문 센터장)은 2016년 6월 중국 베이징 중관촌에 설립된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비영리기관이다.
한국 창업기업과 혁신기업의 중국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또 중국 진출의 정확한 로드맵을 제공하고 플랫폼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