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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4 (목)

완벽·정밀 의장대, 80주년의 무대

거대한 훈련의 비밀, 222명 동선·272보·상징 숫자

 

더지엠뉴스 김대명 기자 | 의장대는 톈안먼(天安门, Tian’anmen) 광장에서 오성홍기 게양 순간까지 호흡을 하나로 맞춰 광장을 압도했다.

의장병 평균 연령은 스무 살 무렵으로, 각자 맡은 자리에서 ‘정확’과 ‘정밀’을 몸으로 증명했다.

3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오전 9시 정각 시작과 동시에 정양먼(正阳门, Zhengyangmen) 앞 56문 예포가 민족의 상징을 울렸고, 인민영웅기념비(人民英雄纪念碑, Renmin Yingxiong Jinianbei) 기단에서 오성홍기를 호위한 222명의 의장대가 국기게양대로 장엄하게 전진했다.

 

국기게양대 앞에서 기수의 한 팔 동작에 맞춰 깃발은 부채꼴을 그리며 펼쳐졌고, 군중은 국가를 합창했다.

이 장면을 가능케 한 건 수개월 동안 반복된 ‘정밀 훈련’이었다.

 

의장대 대장 장전(영문 표기 Zhang Zhen)이 설명한 행군 설계는 상징으로 촘촘했다.

기념비에서 게양대까지 220m 구간을 272보로 나눴고, 먼저 80보는 전승 80년을, 이어 136보는 56개 민족이 고난을 딛고 일어선 80년을, 마지막 56보는 새 출발점에서 56개 민족의 굳건한 결속을 뜻했다.

의장대는 행사의 첫 대형으로 등장해 가장 잦은 대형 전환, 가장 긴 동선, 가장 많은 보법 변화를 소화했다.

 

대열은 회전과 계단 하강 등 변화를 연속으로 수행했고, 행진·보조일치 보법 전환과 함께 소총 휴대·지지·거치 동작을 끊김 없이 이어갔다.

“악대 반주 없이 예포 리듬과 호흡을 맞추는 건 쉽지 않다”는 장전의 말처럼, 고강도 기준 뒤에는 독한 훈련이 있었다.

 

훈련장에 들어서면 등에 땀 범벅이 된 병사들의 곧은 자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옆에서 보면 각 대열 18명의 다리가 차는 궤적이 한 줄로 곧게 맞물려 기하학적 정합을 만든다.

훈련장 곳곳에 세워둔 거울은 원래 복장 점검용이었지만 지금은 동작 교정의 도구다.

“거울 앞에서 연습하면 약점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부대 부대장 조초(Zou Chao)는 말했다.

 

“보조! 행진!”

육군 분대장 류융지우(Liu Yongjiu)의 구령이 훈련장을 가른다.

현장 집행지휘관인 그는 대원과 똑같이 보법을 완벽히 체득하는 동시에, 검을 뽑아 들기·정검·지검·거검 등 연속 동작을 끊김 없이 수행해야 한다.

또 예포 리듬과 정확히 맞춰 보폭과 속도를 제어하고, 일곱 차례의 명령을 16m 이내 모든 대원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지금의 ‘한 번에 완주’는 수천 번의 반복 훈련으로 만든 근육 기억의 결과다.

 

넓은 훈련장 끝, 국기게양대 모형 앞에서 기수 장웨이는 오른손에 5kg 아령을 들고 깃발 펼침 동작을 수없이 재현했다.

기 게양 훈련 못지않게 깃대 운반 훈련도 핵심이다.

깃대와 깃발 무게는 합계 약 17.5kg으로, 행진 중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장웨이는 매일 아침 깃대를 들고 5km를 달려 지구력을 끌어올리고, 병에 물을 채워 깃대에 매단 채 안정성을 단련했다.

 

장웨이는 2015년 고3 때 의장대 애국주의 교육에 참여한 뒤 기수의 길을 결심했다.

2022년 1월 25일 첫 게양 임무를 수행한 후 지금까지 4천 회가 넘는 국기 게양 임무를 완수했고, 10년 만에 전승 80주년 기념식의 기수로 섰다.

“초심을 시험받는 순간이었고, 기준을 더 높여 완벽을 향해 갔다”고 그는 말했다.

 

신병 동왕(Dong Wang·2001년생)은 ‘강대국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일원’이 되겠다며 입대했지만 초반 평가는 하위권이었다.

임무 투입을 목표로 거울 앞 반복 훈련을 거듭했고, 지금은 모범병으로 올라섰다.

“대원의 90% 이상이 신병이고, 대부분이 2000년대생이다. 자신감 있고, 당차며, 책임감이 강하다”고 정치위원 양징웨이는 밝혔다.

 

임무 기간 물러선 대원은 없었다.

한여름에도 대원들은 훈련장에서 땀에 흠뻑 젖었다.

누구도 힘들다, 피곤하다고 말하지 않았고, 모두의 사기는 높았다.

“훈련은 엄격하고, 대원들이 스스로에게 매우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고 양징웨이는 전했다.

 

2000년생 기수 한차오는 수천 번의 국기 게양·하강 임무를 치렀지만, 기념비에서 게양대까지 깃발을 호송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리허설에서 ‘March of Steel Torrent’를 들으며 대형이 전진하는 모습을 보니 전율이 일었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도 그 감정은 가라앉지 않았고, “조국이 강하고 군대가 강하다는 걸 뼛속까지 느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관통한 메시지는 하나였다.

표현은 달라도 “나라가 부르면 언제든 전장으로 간다”는 각오였다.

양징웨이는 몇 달을 대원들과 동고동락하며 2000년대생들을 가까이서 봤다.

그들은 혁명 선배 세대의 피와 희생에 비하면 훈련의 땀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고,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과 돌파 의지를 공유했다.

훈련장을 묵묵히 채운 시간은 대원들을 더 용감하고 책임감 있게 만들었고, 당과 조국을 향한 애정은 더 깊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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