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송종환 기자 |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유럽연합(EU)의 양대 수장과 마주 앉았다. 이번 만남은 양측이 수교 50주년을 맞아 관계 재조정을 위한 전략 대화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집행위원장을 접견했다.
코스타 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정상 회담에 앞서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과 유럽 간 관계의 균형을 재설정하고 새로운 50년을 열어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위원장은 같은 날 SNS에 “베이징에 도착했다. 유럽과 중국의 50년 관계를 기념하는 자리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측 관계를 진전시키고 균형을 맞출 기회다. 상호 이익을 위한 협력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고 썼다.
중국 측은 이번 방문이 유럽연합과의 ‘전략적 상호 신뢰’ 회복을 위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지난 몇 년간 무역갈등과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양측은 각기 다른 입장을 고수해왔다.
중국은 반도체,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포함한 산업 경쟁 이슈에서 유럽의 일방적 조치에 우려를 표해왔으며, 유럽은 인권, 공급망, 안보 문제를 중심으로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시도해왔다.
이날 회동에선 주요 통상 현안, 기후변화, 기술 협력, 글로벌 거버넌스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각종 갈등 속에서도 협력의 공간은 존재한다는 점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중국은 유럽과 상호 존중, 상호이익, 협력공영의 원칙 아래 새로운 50년을 설계해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앞서 올해를 ‘중EU 수교 50주년의 해’로 선포하고, 다양한 고위급 교류와 문화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회담은 지난 2023년 EU 정상회의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열린 양측 최고위급 대면 접촉으로,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유럽과의 다자 협력 확대를 꾀하는 외교적 포석으로 읽힌다.
중국 외교부는 “EU는 중요한 다극화 세계의 축이며, 중국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최근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작용 속에서, 대중 전략의 균형 재조정 필요성을 다각도로 제기해왔다.
회동에서 유럽 측은 중국과의 산업·기술 협력을 지속하면서도 공정경쟁 원칙과 가치 기준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라며, 기후위기와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중국과 유럽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서방 내 균열 확대’와 ‘대외관계 다변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EU 측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정상 외교가 향후 양측의 경제·외교 의제를 재조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양국 정상의 대화가 앞으로도 정례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코스타 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24일 하루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향후 프랑스, 독일 등 주요 회원국과의 2자 회담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 회담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공동선언문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