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송종환 기자 | 중국이 유럽연합을 향해 “지정학적 경쟁 상대가 아닌 전략적 협력 파트너”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세계 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베이징은 ‘50년 관계’라는 이정표를 디딤돌 삼아 유럽과의 균형 재정립을 시도했다.
2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5차 중EU 정상회담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집행위원장과 회동을 갖고 중유럽 관계의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시 주석은 먼저 “서로 다른 제도와 문화를 이유로 관계를 재단해선 안 된다”며, 체제 차이가 협력의 장벽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평화와 협력을 추구하는 국가이며, 유럽 역시 다극화 세계의 한 축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며,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지지하고, 중국 역시 주권과 핵심 이익을 존중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유럽 사이에 근본적 이익 충돌이나 지정학적 적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협력이 경쟁보다 크고, 공감대가 갈등보다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방과 협력 관련, “상호 의존은 리스크가 아니라 기회”라며, 일부 서방 국가들이 주장하는 ‘탈동조화’(decoupling)는 자해적 선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쟁력은 장벽이 아닌 개방 속에서 강화되는 것”이라며, “중국의 고품질 성장과 대외개방은 유럽과의 협력을 위한 새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측은 디지털·녹색 전환 분야에서의 파트너십 확대와 더불어, 유럽의 시장 개방성 유지를 요구했다. 시 주석은 “중국 기업의 유럽 진출이 차별 없이 보장돼야 한다”고 언급하며, 규제 장벽 사용 자제를 요청했다.
시진핑 주석은 다자주의 수호에 대해선 “전쟁과 평화, 개방과 봉쇄, 협력과 경쟁의 갈림길에서 중EU는 다자주의를 선택해야 한다”며, 국제 질서 수호에 양측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 인공지능, 글로벌 거버넌스 등 전 지구적 과제에서 협력이 시급하다”며, 유엔 중심의 국제 규범을 유지하고 세계적 연대를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오는 유엔기후변화회의(COP30 베렌회의)의 성공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고, 인공지능 거버넌스 논의에서도 중국과 유럽이 함께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코스타 의장과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중국의 입장을 환영하며, “중국은 이미 세계 제조·기술 강국으로 자리잡았고, 수억 명의 인구를 빈곤에서 구한 역사적 경험은 전 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은 중국과의 협력을 ‘균형·대등·호혜’라는 세 가지 기준 위에서 계속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EU는 중국과 ‘디커플링’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 기업들의 유럽 진출 역시 환영한다”고 밝혔다.
코스타 의장도 “전 세계가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중EU가 함께 책임을 지고 국제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이끄는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는 왕이 외교부장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