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이남희 기자 | 국태항공이 중국계 항공사 중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수익률 저하와 저비용 자회사 부진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7일 국태항공(캐세이퍼시픽, 0293.HK)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1~6월 매출은 543억9000만 홍콩달러(약 9조519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고, 순이익은 36억5100만 홍콩달러(약 6390억 원)로 1.1% 늘었다. 다만 여객 부문 수익률은 12.3% 하락하며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국태항공은 2023년과 202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중국 내 가장 수익성이 높은 항공사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 중국 본토 항공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사전 공시에 따르면 국태의 ‘수익률 1위’ 지위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올 상반기 국태항공의 여객 부문 매출은 342억800만 홍콩달러(약 5조9870억 원)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으며, 총 1360만 명을 운송해 27.8%의 성장률을 보였다. 화물 부문도 111억4100만 홍콩달러(약 1조9500억 원)를 벌어들이며 2.2% 증가했고, 총 적재량은 80만1000톤으로 11.4% 늘었다.
여객 탑승률은 84.8%로 2.4%p 상승했지만, 장거리 노선 확대와 함께 공급석이 늘면서 수익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북미 노선은 50%, 유럽 노선은 30% 증편됐고, 오세아니아도 20% 확대됐다. 국태는 올 상반기에만 19개 신규 국제노선을 열었고, 홍콩~중국 본토 노선도 23개로 증가했다.
하지만 수익률 하락은 가격 정책 외에도 장거리 노선 비중 확대와 환승 승객 구조 변화가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국태의 고객군은 홍콩 내국인에서 점차 환승 수요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이는 단거리 노선 중심 시기보다 수익률을 낮추는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자회사인 저비용 항공사 홍콩쾌속(HK Express)은 상반기 5억2400만 홍콩달러(약 917억 원)의 세전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작년 동기 대비 8배 이상 늘어난 이 손실은 ‘일본 여행 관련 루머’와 ‘신규 노선 조기 확장’에 따른 일시적 부담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태 경영진은 일본 지진 루머로 인해 5일본 노선 수요가 급감했으며, 7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정상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2년 반 동안 새로 개설된 12개 노선의 수익화에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화물 부문 역시 미·중 무역관세, 미국의 소액 면세 폐지 등 여건 변화로 수요에 타격을 입었으나, 국태는 동남아 시장 확대와 운항 네트워크 재조정을 통해 일부 충격을 상쇄했다. 특히 항공기 가동률을 극대화해 항공기당 단위 적재량을 늘리는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
국태는 현재 전 항공기를 완전 운용 중이며, 최근 2년간 내지 채용·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본토 직원 수를 4000명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전체 임직원의 10%를 넘는 수치다.
하반기 수요 전망에 대해 국태 측은 장거리 노선의 경쟁 증가로 티켓 가격은 일부 하락할 수 있지만, 홍콩 환승 허브 강화 전략을 통해 구조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항, 홍콩관광청, 주요 관광지와 공동으로 환승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무보고서 발표 이후 국태항공 주가는 6일 홍콩 증시에서 10.85홍콩달러로 마감하며 9.66% 급락했다. 연초 이후 누적 주가 상승률은 약 20%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