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중국이 구현 지능(具身智能, Jushen Zhinen)을 전략 산업으로 격상시키며 산업 구조 전환과 글로벌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책, 투자, 기술, 기업 전략이 동시에 맞물리며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27일 중국 정책 보고와 업계 자료에 따르면, 구현 지능은 인공지능·로봇공학·머신러닝·인지과학이 융합된 개념으로, 물리적 실체를 가진 지능체가 환경과 상호작용해 스스로 학습하고 의사결정을 수행한다. 산업 자동화, 가정용 서비스, 의료 재활, 공공 안전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구현 지능은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로봇 본체, 지능체, 데이터, 학습 진화 프레임워크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감지·추론·행동을 수행하는 구조다. 발전 과정은 다섯 단계로 정리된다. 1950~1980년 개념 정립, 1980~1990년 이론 탐색, 2000~2010년 학제 간 융합, 2011~2020년 딥러닝 기반 성장, 2021년 이후 산업화 응용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특화 로봇에서 범용 로봇으로 전환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책적 지원도 강화됐다. 국무원 정부업무보고는 바이오 제조, 양자기술, 구현 지능, 6G를 미래 산업으로 명시했다. 선전은 ‘구현 지능 로봇기술 혁신·산업발전 행동계획(2025~2027년)’을 통해 2027년까지 산업 규모를 1천억 위안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도 2027년까지 1만 대의 생산 규모와 100건 이상의 대규모 응용 사례를 실현하겠다고 제시했다.
세계 시장에서는 테슬라, 구글, 엔비디아, Figure One, 유니트리(Unitree), 즈위안(智元), 샤오미, 유비테크(UBTECH), 화웨이(华为), 커다쉰페이(科大讯飞) 등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기술 아키텍처가 자율주행과 유사하게 ‘인지–판단–계획–제어’ 구조로 발전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상업화 경험이 구현 지능 기술의 성장에 중요한 참고가 되고 있다.
투자 열기는 2024년부터 본격화됐다. 휴머노이드 로봇 본체 기업들이 잇달아 자금을 유치했으며, 최근에는 투자 흐름이 핵심 부품과 모델 개발로 이동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약 1조2천5백억 위안으로 확대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17.6%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술 구조는 ‘대뇌–소뇌–몸체’ 체계로 설명된다. 대뇌는 대형언어모델(LLM)과 시각-언어모델(VLM)로 구성돼 감지·이해·계획을 담당한다. 소뇌는 정밀 제어 알고리즘과 실시간 피드백 기반 시스템으로 운동 제어를 수행한다. 몸체는 실제 동작을 실행하는 하드웨어다. 알고리즘은 엔드투엔드형과 계층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구글 RT-1, RT-2 같은 엔드투엔드형 모델은 자연어 지시에 즉각 반응하지만, 학습 데이터 한계와 응답 속도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계층형 모델은 인지–계획–제어–실행 모듈을 분리해 신경망에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대뇌와 소뇌를 구분해 작동한다.
데이터 수집 방식도 다양화됐다. 유니트리는 ROS 시뮬레이션 패키지와 VisionPro 플랫폼을 공개하며 정밀 조작 데이터셋을 배포했다. 테슬라는 모션 캡처 수트와 VR 장비를 활용해 옵티머스 훈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갤봇(GALBOT)은 합성 데이터 기반 GraspVLA 모델을 개발해 범용 집기 능력을 구현했다. 유비테크는 80:20 비율로 원격조작과 시뮬레이션을 병행하며 BYD·지리와 협력 중이다.
산업체인은 업스트림(칩·센서·모터), 미들스트림(알고리즘·운영체제·클라우드), 다운스트림(로봇·자율주행 응용)으로 구성된다. 제조업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후 가정용·상업용 서비스로 확산될 조짐이 뚜렷하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2025년부터 양산하고 2026년 외부 판매를 예고했다. 화웨이는 글로벌 구현 지능 혁신센터를 열어 16개 기업과 협력하고 있으며, 유니트리는 사족 로봇 시장 점유율 69.75%를 기록했다.
시장 기회는 센서·모터 등 핵심 부품에서 두드러진다. 6축 힘 센서는 2027년 이후 연평균 100% 이상 성장할 전망이며,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으로 점유율을 확대 중이다. MEMS 기반 IMU 시장은 2028년까지 26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이며, 코어리스 모터는 로봇 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병목 부품으로, 중국 기업들이 자동화 공정으로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행보도 가속화됐다. 아오비중광(ORBBEC)은 3D 센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수어천테크는 항공·국방 CAE 소프트웨어에서 로봇 시뮬레이션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중커촹다는 차량용 OS와 Rubik 대형모델을 활용해 물류 로봇을 개발 중이고, 넝커테크는 산업 디지털 전환과 국방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구현 지능 기반 장비도 출시했다. 하이캉웨이스(Hikvision)는 AIoT 솔루션과 자회사 하이캉로봇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를 넓히고 있다.
과제도 남아 있다. 데이터 부족, 기술적 한계, 산업 불균형은 대규모 상용화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 전반에서 연합체 결성과 오픈소스 데이터셋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동시에 월드 모델이 범용 인공지능 구현의 기반으로 부상하며, 몰입형 환경에서 현실 세계를 모사하는 훈련 체계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KIC중국(글로벌혁신센터·김종문 센터장)은 2016년 6월 중국 베이징 중관촌에 설립된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비영리기관이다.
한국 창업기업과 혁신기업의 중국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또 중국 진출의 정확한 로드맵을 제공하고 플랫폼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