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왜 한국은 외면할 수 없는가[칼럼]
[더지엠뉴스] 일대일로(一带一路, Yídàiyílù)는 단순한 국제 개발 전략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연결망을 설계하고 있다.
이 거대한 설계도에서 한국의 자리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2013년 시진핑(习近平, Xíjìnpíng) 국가주석이 처음 제안한 이후, 일대일로는 15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초국가적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관찰자’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전략적으로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 조심스러움이 기회 자체를 미루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한국은 미래의 경제 연결망에서 중요한 고리를 놓칠 수도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중남미로 이어지는 다층적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항만, 철도, 산업단지, 에너지, 디지털 경제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华为, Huáwéi), 국유철도공사, 중국건축 등 주요 국유·민간기업들이 앞장서서 새로운 국제 스탠다드를 제시해왔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국은 단순한 원조가 아닌 '공동 건설, 공동 이익'이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방향 지원이 아니라 실질적 이익을 나누는 구조로, 참가국들이 정치적 부담 없이 협력에 나설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 있다.
그 틀 안에서 한국이 가지는 기술력과 산업 역량은 분명히 환영받을 자격이 있다.
특히 중국이 최근 강조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은 한국의 ICT,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 실질적 진입로를 열어줄 수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에서 중국과 공동 진출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중국 기업은 인프라를, 한국 기업은 고부가 기술을 담당하는 협력 모델은 이미 일부 국가에서 실험되고 있다.
물론 한국 내부에서는 정치·외교적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 대중국 견제 구도 속에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그러나 일대일로는 구체적인 안보협력이 아닌 경제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존재한다.
더구나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일대일로의 ‘확장 가능 지점’으로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과도 다양한 방식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바 있으며,
중국 상무부도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중동 및 중남미 협력 프로젝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대일로는 선택이 아닌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국제무대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전략의 무게중심을 다변화할 시점이다.
중국이 아닌 ‘일대일로’라는 틀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