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평화 기자 | 중국이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을 맞아 국가적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역사 전략으로 ‘항일민족통일전선(抗日民族统一战线)’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는 마오쩌둥(毛泽东, Mao Zedong) 주석이 전 민족의 운명을 걸고 설계한 정치·군사적 합작 전략으로, 중국공산당이 주도한 항일 전쟁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1937년 7월 7일, 베이핑(北平, 지금의 베이징) 외곽에서 벌어진 루거우차오(盧溝橋, 노구교) 사건은 일본 제국주의의 전면적인 침략의 서막이자, 중국 전역을 휘감은 항전의 기폭제였다.
이 위기 앞에서 중국공산당은 즉각적으로 국민당에 협력을 제안하며, 과거 내전의 골을 딛고 민족 생존을 위한 연합을 선언했다.
이른바 제2차 국공합작(第二次国共合作)이다. 이는 마오쩌둥이 1935년 즈푸(遵义) 회의 이후 당 중앙의 실권을 잡고 처음으로 제안한 전국적 통일전선 전략이기도 했다.
공산당은 자체 조직인 홍군(红军)을 정비해 국민당 정부군 체계에 편입시키고, 명칭을 '팔로군(八路军)'과 '신사군(新四军)'으로 개칭했다.
형식적으로는 국민당 소속이지만, 지휘권은 공산당이 유지한 이 전략은 독립성과 조직력을 동시에 확보한 전례 없는 군사 구조였다.
팔로군은 주로 화베이(华北) 일대의 산시(山西), 허베이(河北), 산둥(山东) 등지에서 활동하며 유격전, 기습전, 보급선 차단, 민중조직화 등을 담당했다.
신사군은 양쯔강 이남 장쑤(江苏), 안후이(安徽), 푸젠(福建) 등 후방 지역에서 일본군의 진격을 저지하고 점령지역 내 민중의 생존을 보장했다.

마오쩌둥은 이 시기 『항일전쟁과 우리의 전략(抗日战争和我们的战略)』, 『장기전론(持久战论)』 등 다수의 이론서를 통해 “정면 대결보다 민중의 기반을 강화한 장기적 소모전”을 제시했다.
그는 일본의 ‘3개월 내 북중국 장악’ 전략을 간파하고, 이를 분쇄하기 위해 시기별 전략을 구분한 ‘3단계 장기전 구도’를 세웠다.
즉, 전략 방어기 → 전략 교착기 → 전략 반공기라는 구분은 오늘날까지도 군사전략 교과서에 기록될 정도로 체계적이었다.
국민당이 대규모 정규전으로 상하이, 난징, 우한 등을 방어하다 막대한 인명 피해와 후퇴를 반복했던 반면, 공산당은 농촌 기반의 유격전으로 일본군의 내륙 진출을 효과적으로 저지했다.
이는 단지 전략의 차이를 넘어 ‘민중 중심’이라는 사상적 기반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마오쩌둥은 이를 “전쟁의 주인은 인민이며, 총은 사상을 지킨다”는 말로 요약했다.
중국공산당은 전쟁의 모든 단계에서 민중을 조직하고, 정치공작과 교육, 보급체계를 병행하며 지속 가능한 항전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전략적 성과는 국제 사회에서도 인정받았다.
영국 언론 『The Times』는 1943년 당시 보도에서 “중국공산당은 동북아 전선에서 유일하게 일본군을 전선 뒤에서 견제하는 실질 전력을 보유한 조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군사고문 그룹 ‘딕시미션(Dixie Mission)’은 1944년 옌안(延安)을 직접 방문해 팔로군의 전투력, 민중조직력, 사상교육 수준을 높이 평가했고, 일부 장교는 “공산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부보고서를 남기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항일전쟁 80주년을 맞아 통일전선의 역사적 의의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중앙당교와 중국사회과학원은 공동으로 ‘항일민족통일전선의 현대적 가치’라는 연구총서를 발간했고, 여기에는 마오 주석이 제시한 “단결 속의 승리, 사상 속의 항전”이라는 기조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또한 중국중앙TV(CCTV)는 ‘통일전선의 설계자: 마오쩌둥의 항일 10년’이라는 10부작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의 전략과 리더십을 조명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마오 주석의 항일 전략이 단순한 군사 전술이 아니라, 민족 전체를 정치적 공동체로 조직한 과정임을 보여준다.
특히 옌안 시절의 ‘조직·군사·교육’ 삼위일체 모델, 전국 각지의 민병 편성 시스템, 여성과 청년의 적극적 동원 등은 오늘날까지도 ‘인민전쟁(人民战争)’의 이상적 전형으로 인용되고 있다.
베이징대 역사학부의 쉬정신(许正新) 교수는 “마오쩌둥 주석은 단지 전쟁 지도자가 아닌, 전체 중국 민족을 재조직한 설계자”라며 “항일전쟁의 승리는 곧 새로운 중국의 탄생을 예고하는 사상적 혁명이었다”고 평가했다.

2025년, 중국이 다시 기억하는 항일전쟁은 단지 과거의 무기를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중심에는 마오쩌둥이라는 역사적 지도자가 ‘민족단결’이라는 기치를 앞세워, 전쟁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 건설을 설계했던 서사가 있다.
중국공산당이 주도한 항일전쟁은 민족 생존의 승리이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국가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이끄는 원천임이 다시금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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