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평화 기자 |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 Chengdu)에서 지난 12일 열린 ‘K-Demo Day’가 한중 과학기술 교류의 실질적 전환점으로 부상했다. 이번 행사는 중국과기부, 중국과학원, 중국공정원, 중국과학기술협회, 충칭시인민정부, 쓰촨성인민정부가 공동 주최하고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원하는 '2025년 일대일로 과학기술교류대회'의 공식 연계 프로그램으로, 양국 혁신기업 간 협력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기획됐다.
15일 KIC중국에 따르면 한국 측에서는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상북도청, 한국연구재단, 글로벌혁신센터(KIC중국), 경북경제진흥원, 한국연구재단 북경대표처, 중국한국상회가 협력기관으로 참여했고, 중국 측에서는 청두고신구과학기술혁신국, 청두생산력촉진센터, 청두시용천로구신경제과학기술국이 함께 주최했다.
이번 K-Demo Day는 단순한 기업 설명회를 넘어, 자율주행·전기차·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술 IR, 투자 유치 상담, 현장 산업단지 시찰 등 입체적 구조로 운영됐다. 행사에는 한국 혁신기업 9개사가 참가했고, 사천성 청두 현지 기업·투자기관 관계자들과의 1:1 비즈니스 매칭도 병행되었다.
오프닝 축사에서 주중한국대사관 이진수 과학기술정보통신관은 “모빌리티는 제조업을 넘어서 AI, 반도체, 에너지, 통신이 융합되는 초융합 기술의 정점”이라며, “한국은 품질 기반의 신뢰, 중국은 시장 기반의 속도라는 각자의 강점을 살려 ‘동주공제(同舟共濟)’의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속 가능한 협력은 경쟁을 넘어 상생의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실질적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경상북도청 이남억 신공항건설본부장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동북아 모빌리티 중심지로 도약 중이며, 청두와의 연결을 통해 국제 기술·산업 교류의 거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경북의 광역교통망, 산업단지, 국가산단 조성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투자 유치와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행사의 공동 주최기관인 한국연구재단 북경사무소 정혁 소장은 “기초과학 공동연구, 청년과학자 교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중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산학연 중심의 네트워크 확대가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횃불센터 허넨추(何嫩初) 부주임은 “중국 전역 178개 국가 하이테크 산업구가 한국 기업의 진출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더욱 깊은 상호 투자와 기술이전 협력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KIC중국 김종문 센터장은 “KIC는 단순한 IR 지원 기관이 아니라 한중 산업 간 생태계를 연결하고,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도록 돕는 전략 플랫폼”이라며, “이번 청두 K-Demo Day는 단기성과보다 장기적 산업협력 구조를 만드는 시금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시장 규모와 기술 상용화 속도에서 강점을, 한국은 핵심 부품과 플랫폼 기술에서 우위를 가진 만큼, 이 두 구조가 맞물리면 글로벌 시장에서 공동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청두를 중심으로 형성된 청위(청두-충칭) 도시군은 서부 중국의 산업벨트이며, 여기에 한국 기업이 진출할 전략적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참가한 NFUTURE, GCS, GST, JJNS, D-MAKERS, SAMSUNGTECH, TopToolingSystems, VSPACE, BluePlanet 등 9개 기업은 ▲AI 기반 스마트 주차 솔루션 ▲친환경 전기이륜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플랫폼 ▲초정밀 금형 기술 ▲전기차 배터리 및 충전 인프라 솔루션 등 다양한 기술력을 선보였다. IR 발표 이후 일부 기업은 중국 기업과 실증 프로젝트 협의에 착수했으며, 중국 측 관계자들 역시 “기술 성숙도와 글로벌 완성도가 높다”며 호평을 보냈다.

이날 행사 후속으로는 청두의 대표 산업기지인 청두고신구(成都高新区), 청두경제개발구(成都经开区), 청두시용천로구의 과학기술 연구기관과 자동차산업단지를 방문하는 산업시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청두고신구는 2023년 기준 인구 138만 명, 기업 수 2만 2천 개 이상을 보유한 국가급 하이테크 개발구로, 반도체, AI, 바이오, 스마트제조 등 첨단 산업이 집중된 청두시의 기술 허브다. 이 지역에 위치한 ‘한중혁신창업단지’에는 6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연평균 창업 수는 80건에 달한다.

청두경제개발구는 이치폭스바겐(一汽大众), 이치도요타(一汽丰田), 사천자동차(川汽), 지리(吉利)고원, Link&Co 등 중국 굴지의 완성차 및 부품기업이 집결된 핵심 산업지대다. RBAG, 상해 바이엘, 천나고동태(天纳克同泰) 등 글로벌 부품기업도 대거 입주하고 있어, 한국 기업과의 공급망 연계 가능성도 크다.
특히, 항공모빌리티 기술을 개발하는 사천위패이항공(四川翼沛航空)과 중화항천두이기시스템(中航航天系统) 등 UAM·자율비행 산업도 지역 특화 분야로 자리 잡고 있어, K-Demo Day의 참가기업들과의 접점이 예상된다.
이번 행사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혁신센터(KIC중국)는 베이징, 시안, 충칭, 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도 유사한 포맷의 K-스타트업 교류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이로써 한국의 기술 스타트업이 중국의 산업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