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화웨이가 자체 개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장착한 어센드 신형 칩과 초대형 AI 클러스터 기술을 발표했다. 3년간 어센드 950PR·950DT·960·970을 차례로 내놓으며 미국 엔비디아 중심의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19일 제일차이징,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상하이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화웨이 커넥트’ 행사에서 올해 1분기 출시한 어센드 910C 후속 모델인 어센드 950PR과 950DT를 내년 각각 1분기와 4분기에 선보이고, 2027년 4분기에는 어센드 960, 2028년 4분기에는 어센드 970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웨이가 자체 AI 칩 업그레이드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쉬즈쥔 화웨이 순회회장은 매년 신제품을 출시할 것이며, 성능은 출시 때마다 두 배로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1분기 선보일 어센드 950PR에는 화웨이가 직접 개발한 HBM이 적용돼 그동안 한국과 미국 기업이 주도해온 메모리 병목 문제를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또한 장기적 컴퓨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최강 수준의 AI 클러스터 ‘아틀라스 950’과 ‘아틀라스 960’을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이들 클러스터는 ‘슈퍼팟(SuperPod)’ 기술을 활용해 각각 그래픽카드 8천192개, 1만5천488개를 초고속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는 단일 칩의 한계를 클러스터링으로 보완하려는 전략으로, 미국 제재 하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쉬 회장은 미국 제재로 인해 TSMC에 투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일 칩 성능은 엔비디아보다 낮지만, 30년 넘게 기기 간 상호연결 경험을 쌓아온 화웨이는 대규모 슈퍼노드를 구축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팅 성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그동안 개별 칩 성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반도체를 클러스터로 묶는 기술에 집중해왔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CEO 역시 지난 6월 인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화웨이 칩이 미국보다 한 세대 뒤처져 있지만, 클러스터링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화웨이 발표가 기술적으로 획기적 진보라기보다는, 제재에 직면한 중국 기업들이 독자 대안을 찾아가는 최신 사례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엔비디아를 정조준하는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이번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7일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칩 ‘RTX 6000D’ 테스트와 주문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 중이던 15일, 2020년 조건부 승인했던 엔비디아의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멜라녹스 인수 건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추가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