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이남희 기자 | 우울장애 환자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커피와 카페인 섭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가 제시되면서, 식습관을 활용한 정신건강 관리 전략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커피가 단순한 각성 음료를 넘어 장내 미생물과 뇌 기능을 잇는 매개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우울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일상 관리 방식을 재구성할 여지를 넓히고 있다.
21일 일본 쇼와의대 연구진에 따르면, 사나다 켄지 교수팀은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성인 32명과 건강한 대조군 34명을 비교해 커피·카페인 섭취량과 장내 미생물 구성을 함께 분석했다.
연구팀이 확보한 기본적인 그림은 단순했다.
우울장애 환자군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은 대조군에 비해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었고, 구성도 불균형한 양상을 보였다.
이 상태에서 커피나 카페인을 꾸준히 섭취하는 습관이 있는 참가자들의 장내에서는 특정 미생물 집단의 비율이 뚜렷이 달라졌다.
폴리페놀과 아이소플라본 같은 식물성 영양소를 대사하는 역할을 맡은 미생물 군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커피를 꾸준히 마시는 우울장애 환자에게서 이 미생물 집단, 이른바 폴리페놀·아이소플라본 대사 관련 미생물의 점유율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이 미생물들은 식물성 성분을 분해해 항염·항산화 작용을 하는 대사산물을 만들며, 그 과정이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신경계에도 파급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연구진은 해당 미생물의 활성 증가가 염증 반응을 낮추고 스트레스 반응 조절과 연관된 생리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우울장애 환자의 장내 환경이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커피가 장내 미생물 구성을 조정하는 하나의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정신의학과 장내 미생물 연구를 함께 추적해온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장내 환경이 불안정한 우울장애 환자의 생활 속에서 커피가 예상 밖 조절 요인으로 등장한 사례로 해석한다.
폴리페놀·아이소플라본 대사 미생물의 증가는 뇌와 장이 신호를 주고받는 통로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생체 지표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커피가 장내 미생물의 ‘증식 스위치’처럼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폴리페놀, 카페인 등 커피 속 생리활성 물질이 특정 미생물 성장과 대사 활동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은 영양의학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영양의학 전문가들은 식이 성분이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존 근거에 이번 연구가 한 겹을 더헀다고 보고 있다.
커피 속 성분이 일부 유익 미생물 군을 촉진하고, 그 결과가 장 건강을 경유해 기분과 정서 상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다시 논의 테이블 위로 올라온 셈이다.
다만 연구 외연이 크지 않다는 점은 신중론의 근거가 된다.
참가자 수가 제한적인 데다, 이번 연구 설계가 개입 실험이 아니라 관찰 연구에 머물렀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카페인 섭취가 실제로 우울 증상을 낮추는지, 혹은 장내 미생물 변화가 정서 변화와 어느 정도까지 동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인과 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
연구 방법론을 중점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생활습관, 약물 치료 이력, 식단 패턴, 수면, 스트레스 노출 등 수많은 변수가 뒤섞여 있어 혼재변수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향후에는 커피 섭취량을 직접 조정해 변화 양상을 추적하는 개입 연구나, 대규모 장기 코호트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장기간에 걸쳐 장내 미생물과 정서 상태, 식습관 변화를 함께 기록하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커피와 우울장애 사이의 실제 연결 고리가 더 또렷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다.
장-뇌 축 연구 자체의 지평도 넓어지고 있다.
커피뿐 아니라 차, 발효식품, 식물성 식단 등 다양한 식이 요소가 장내 미생물과 상호작용하며 정서 상태에 어떤 변화를 동반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세계 각지에서 커지고 있다.
정신건강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이번 연구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우울증 관리의 무게 중심이 약물 처방에만 쏠려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 식습관과 생활환경, 장내 생태계를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 방식에 과학적 근거를 한 층 보태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기능의학 영역에서는 장내 미생물 균형이 정신 건강과 연결된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하나 더 추가됐다고 보고 있다.
개인의 대사 특성, 유전적 배경, 수면과 스트레스 양상을 함께 고려하는 맞춤형 식이 전략에 커피를 선택적으로 포함할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도 곁들여진다.
중국 연구진 역시 장내 미생물과 정서 장애 사이의 상관관계를 추적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 중이며, 커피를 포함한 음료·발효식품·전통 식단을 함께 검토하는 연구 설계가 확장되고 있다.
식습관을 매개로 장과 뇌를 함께 보는 관점이 확산될수록, 정신건강 관리에서 식이 요인의 역할을 세분화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