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평화 기자 | 중국 저장성 저우산 동지섬 군도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전쟁포로를 구한 어민들의 용기를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졌다. 영국과 중국 후손들이 함께 모여 과거의 희생과 연대를 되새겼다.
22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기념비 건립은 1942년 ‘리스본 마루(Lisbon Maru)’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일본군이 영국군 포로 1,800여 명을 수송하던 화물선이 동지섬 인근 해역에서 미군 잠수함의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일본군은 바다에 빠진 포로들을 향해 사격을 가했고, 이때 현지 어민들이 목숨을 걸고 배를 저어 들어가 384명을 구조했다.
생존자였던 데니스 몰리는 “중국 어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평생 강조했으며, 그의 딸 데니스 윈은 2022년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서신을 보내 감사를 전하고 기념비 건립을 제안했다. 시 주석은 답신에서 “관련 부처에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히며 중영 우호를 이어가자고 했다. 이후 관계 부처가 추진에 나서 올해 5월 기념비 제막식이 열리게 됐다.
제막식에는 구조된 전쟁포로와 구조에 나섰던 어민들의 후손, 그리고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기념비 중앙에는 “사랑은 국경을 넘고, 우정은 세대를 잇는다”는 문구가 중영문으로 새겨졌다. 윈은 현장에서 “이제 후손들이 직접 찾아와 조상들의 희생과 용기를 기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념비 조형은 중국미술학원 공공예술학원에서 설계했다. 초기에는 악수를 형상화했지만, 어민들과의 논의 끝에 ‘팔을 맞잡아 끌어올리는’ 모습으로 수정됐다. 이는 당시 총격과 파도 속에서 실제 구조 장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민 후손 량인디는 “내 조부모들이 작은 배 두 척으로 26명의 영국군 포로를 구했다”며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동지섬은 최근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공간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전쟁포로 후손들은 침몰 지점에서 헌화를 진행했고, 올해는 현지 박물관을 찾아 관련 전시를 관람했다. 후손들은 “우리는 바다로 맺어진 한 가족”이라고 말하며, 중국 어민들의 인도적 정신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