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을 맞은 2025년, 중국 전역은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고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는 분위기로 물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기념사업을 단순한 추모 행위로 보지 않고, 민족정신과 국가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뤄양(洛阳, Luoyang), 창사(长沙, Changsha), 타이위안(太原, Taiyuan) 등 세 도시는 단순한 전투의 장소를 넘어 ‘기억의 거점’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뤄양은 중국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항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점령했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1938년 일본군은 허난성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감행했고, 뤄양은 그 중심에 놓였다.
전투는 군사적 충돌을 넘어 도시 전체의 삶을 파괴했다.
당시 황하 일대 마을과 유적지는 폭격과 방화로 소실됐고, 수천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 학계는 이를 ‘문명에 대한 공격’이라 명명하며, 현재까지도 뤄양 항전기념관과 박물관을 통해 기억을 재구성하고 있다.
뤄양시 정부는 매년 9월 3일을 중심으로 대규모 추모식을 개최하며, 지방학교 교육과정에 항일전쟁 지역사 교육을 포함시키는 등 역사 전승에 힘을 쏟고 있다.

창사는 후난성의 중심지로서 네 차례에 걸친 대규모 방어전의 무대였다.
1939년부터 1944년까지 이어진 ‘창사대회전’은 일본군의 반복된 침공을 막아낸 항전의 상징으로, 중국 국민당과 민중의 연합 항전이 뚜렷하게 드러난 사례였다.
전투 당시 수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방화, 교량 파괴, 식량 운반 등 다양한 형태의 저항에 참여했다.
특히 ‘창사 대화재’는 군사 전략상 자발적 도시 소각으로, 도시 전체를 불태워 적의 점령을 막은 역사적 사례로 남아 있다.
현재 창사에는 ‘화남순국열사묘’와 ‘창사항전기념관’이 조성되어 있으며, 각 기관은 디지털화 작업을 통해 전시 자료를 다국어로 확장 중이다.

타이위안은 산시성의 정치·군사 중심지로, 항일 유격전의 핵심 무대였다.
특히 1937년 ‘타이위안 전투’는 중일 전쟁 초기 화북 지역 최대 규모의 전투 중 하나로, 팔로군과 국민당군이 연합하여 일본군을 저지한 상징적 사건이다.
이 지역은 중공 팔로군의 근거지로, 이후 항일근거지 확산에 핵심 역할을 했다.
타이위안은 도시 전역에 유적지를 보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무인VR 해설 시스템, AI 기반 증강현실 체험관 등을 도입해 청소년층의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산시성 문화관광청은 “역사는 체험을 통해 계승된다”는 슬로건 아래, 항일전쟁 콘텐츠를 관광자원과 연계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도시들을 단순한 기억의 장소가 아닌, 민족 통합과 애국주의 교육의 거점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중앙선전부는 올해 3월 발표한 자료에서 “전쟁의 상흔을 기억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가 책임을 인식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항일전쟁 관련 주요 도시는 중앙정부의 지원 아래 새로운 기념관 건립, 도시 미디어 스크린 상영, 전자도서관 구축 등 다방면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의 항일전쟁 80주년은 단지 과거를 회고하는 자리가 아니라, 역사와 현실을 잇는 생생한 교육의 현장으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