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중국 경제가 수출 둔화와 투자 위축 속에서 성장 동력을 재정비하는 국면에 들어서면서, 베이징이 내수 확장과 구조 전환을 결합한 정책 카드 묶음을 꺼내 들고 있다.
국무원 상무회의는 소비와 투자, 그리고 신질 생산력 육성을 한 축으로 묶는 방향을 제시하며 재정·통화 정책 공조 강화를 공식화했다.
17일 중국 국무원 상무회의 논의 내용을 보면, 국가 중대 전략과 핵심 분야 안전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이른바 ‘두 축’ 건설을 앞세워 효율적인 투자 확대와 소비 진작을 병행하겠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회의는 외수 둔화와 내수 모멘텀 약화, 지난해 높은 기저의 영향 속에서 4분기 주요 지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통계국이 공개한 10월 지표를 보면, 규모 이상 공업 추가 가치 증가율은 4.9%로 9월보다 1.6%포인트 낮아졌고, 사회소비재 소매총액 증가율도 2.9%로 소폭 내려앉았다.
1~10월 고정자산투자(농가 제외)는 408조9천억 위안(약 8경 원)으로 집계됐고, 명목 기준으로 1.7% 감소했다. 특히 민간 고정자산투자가 4.5% 줄어든 점은 시장 주체의 위험 회피 성향과 수익성 둔화가 동시에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팡진청 수석 거시분석가 왕칭은 중국 정부 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물가 수준도 낮은 구간에 머물고 있어, 성장 안정 방향의 재정·통화 정책을 동원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왕칭은 4분기와 내년 1분기 경제 흐름을 안정시키고, 연간 성장 목표 달성과 ‘15차 5개년 계획’의 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수 확대와 유효 투자 증대를 축으로 한 경기 보강 조치가 더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소비 진작과 유효 투자 확대, 부동산 시장의 하방 압력 완화에 정책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지급준비율 인하와 금리 인하를 포함한 새로운 완화 패키지가 검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 측면에서는 산업 구조의 변화가 뚜렷하다. 10월 규모 이상 공업 추가 가치 증가율은 둔화됐지만, 디지털 산업 제조업 추가 가치는 1~10월 9.5% 늘었고, 스마트 장비와 전자부품 관련 업종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신에너지, 신소재, 항공우주, 저고도 산업 등 신산업 분야의 잠재력이 크고, 양자기술·바이오 제조·쥐선즈넝(具身智能) 같은 첨단 영역도 신흥 지주 산업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분야가 신동력 확대를 받쳐줄 것이라고 강조하며, 새 성장 축이 점차 형성되는 과정에 있음을 부각했다.
수요 측에서는 서비스 소비가 견조한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1~10월 사회소비재 소매총액은 4.3% 증가했고, 서비스 소매는 5.3% 증가해 전체 소비를 견인했다.
온라인 소비에서도 흐름이 뚜렷하다. 전국 온라인 소매액은 9.6% 늘었고, 즉시 배송과 라이브 커머스 거래 규모는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문화·관광, 의료·건강 등 서비스형 소비는 구조 업그레이드의 중심 축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른바 실버 경제와 ‘첫 출시’ 소비도 시장을 넓히는 요소로 지목됐다.
투자 측면에서는 구조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고정자산투자가 명목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인프라, 제조업, 부동산 세 축의 동반 둔화가 겹친 결과다.
푸링후이는 대외 환경 변화와 국내 경쟁 심화로 인해 기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시장 주체의 투자 의사 결정이 신중해진 점을 언급했다. 부동산 투자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업계 조정이 계속되는 점도 전체 투자 증가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다만 공업생산자 출고가격지수(PPI)가 1~10월 누적으로 -2.7%였던 점을 감안하면, 물가 효과를 제거한 실질 투자 증가율은 여전히 플러스 구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실물 투자 자체가 성장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상무회의가 내세운 ‘두 축’ 건설은 유효 투자 확대와 신질 생산력 육성을 동시에 겨냥한 수단이다.
두 축은 국가 중대 전략 실행과 핵심 분야 안전 역량 제고를 아우르는 프로젝트 묶음으로, 2025년에만 8천억 위안(약 156조 원)을 투입해 1천459개 사업을 지원하는 계획이 제시돼 있다.
사업 범위에는 양쯔강 유역 생태 복원, 강 연선 교통 인프라, 서부 육해 신통로, 고표준 농지, 대형 수리 시설, 도시 지하관로 등 다수의 중장기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회의는 프로젝트 심사 과정에서 혁신 요소와 무형자산 투자를 더 중시해 신질 생산력 형성을 이끄는 동시에, 품질·안전 관리와 자산 운용·사후 유지까지 한 번에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금 집행과 공정 진행 속도를 정교하게 맞추고, 초장기 대출과 정책성 금융을 함께 활용해 민간 자본 유입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연구기관의 장린산 연구원은 두 축 프로젝트가 국가 전략과 안전 수요를 겨냥한 만큼, 단기 경기 부양을 넘어 산업 구조 고도화, 핵심 분야 보완, 전요소 생산성 제고에까지 연결되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투자 축이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연간 경제·사회 목표 달성을 위한 ‘안정 추’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했다.
최근 몇 달간 중앙의 투자 정책은 연속성을 유지해왔다. 9월 말 이후 5천억 위안(약 97조 원) 규모의 신형 정책성 금융 도구가 투입 속도를 높였고, 지방채 잔여 한도 5천억 위안도 지방 재정 여력 보강과 유효 투자 확대에 동원되고 있다.
민간 투자를 겨냥한 13개 조처는 민영 경제의 투자 의지를 북돋우는 장치로 설계됐다.
이번 상무회의는 소비 측면에서도 ‘공급과 수요의 정밀 매칭’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회의는 소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산업 업그레이드를 이끌고, 고품질 공급으로 다층적인 소비 수요를 충족해 더 높은 차원의 동적 균형을 만드는 방향을 강조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천리펀 연구팀은 중국 가계 소비가 양적 충족 단계에서 질적 향상 단계로 넘어가면서, 다원화·개성화·품질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진단했다.
감정적 만족과 체험을 중시하는 소비가 늘면서, 좋은 제품·좋은 공간·좋은 서비스를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하려는 수요가 커지는 흐름이 관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산업 구조 조정도 새로운 수요를 정확히 포착해 신제품·신서비스 개발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차오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공급과 수요의 적응성 제고’가 소비 잠재력 해방과 경제 순환 원활화의 핵심 고리라고 짚었다.
그는 기존처럼 일방적인 소비 진작이나 생산 확대에 치우치지 않고, 양측의 상호 작용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균형을 지향하는 정책 사고로 전환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우차오밍은 한편으로는 소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산업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급 공급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중국경제연구원의 궈리옌 부소장은 새로운 공급과 새로운 수요의 상호 작용이 잠재 소비와 수익성 높은 투자의 선순환을 촉진해, 국내 대순환의 내생 동력과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5차 5개년 기간에는 유효한 시장과 유능한 정부의 결합을 한층 강화하고, 신뢰 기반의 기업 환경과 공정 경쟁 질서를 갖춘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과제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소비자가 소비할 수 있고, 소비하고 싶고,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서비스 소비 영역을 더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재정과 통화 수단을 결합해 내수 진작과 투자 안정 조치를 함께 추진하는 작업이 병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