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중국 금융시장에서 정기예금 만기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는 국면이 시작됐다. 구조적 금리 인하와 맞물린 이 자금 흐름은 예금과 자산 운용 전반의 방향성을 다시 묻고 있다.
18일 중국 금융권과 투자은행 분석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만기를 맞는 1년 이상 정기예금 규모는 약 29조 위안(약 5,480조 원)에 달한다. 연간 기준으로는 75조 위안(약 1경 4,100조 원) 규모가 만기 도래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상당 물량이 고금리 계약 종료와 함께 재배치를 앞두고 있다.
재대출·재할인 등 각종 구조적 통화정책 수단 금리가 일제히 0.25%포인트 인하됐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재대출 금리는 1.5%에서 1.25%로 낮아졌고, 다른 만기 구간 역시 동시에 조정됐다. 중앙은행은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 추가 조정 여지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저금리 기조가 분명해진 가운데 대규모 만기 자금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이 자금이 은행 예금에 남을지, 자산관리 상품이나 자본시장으로 이동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장 분위기는 예상과 다르다. 은행 창구와 자산관리 현장에서 확인되는 공통된 흐름은 ‘이탈보다 순환’이다. 신규 정기예금 금리가 대부분 연 1%대 초반으로 떨어졌음에도, 다수 예금주는 만기 자금을 다시 예금으로 묶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상업은행과 농상은행 지점을 중심으로는 ‘은행 간 이동’이 두드러진다. 국유 대형은행이나 대형 주식제 은행에서 금리가 더 높은 중소 은행으로 자금을 옮기는 방식이다. 광둥 지역 일부 은행의 3년 만기 정기예금은 연 1.9%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신규 고객 전용 대액 예금 상품은 연 1.95%까지 제시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상품은 사전 예약이나 고객 등급 요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수익을 좇으면서도 안전을 포기하지 않는 심리는 예금 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가계는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만 위안(약 9,300만 원)을 넘기지 않기 위해 가족 명의 계좌를 활용해 자금을 나누는 방식도 선택하고 있다.
은행권의 대응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국유 대형은행은 자산 규모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예금과 비예금 자산을 포괄하는 총자산 확대형 인센티브를 내세우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 자산을 늘린 고객에게 현금성 혜택이나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주식제 은행과 대형 지방은행은 자산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 예금 유치보다는 예금, 이자형 상품, 보험, 자산관리 상품을 함께 보유하도록 유도해 고객당 자산 운용 규모를 키우는 전략이다. 중소 농상은행은 소액 보상과 체험형 이벤트를 통해 처음으로 자산관리 상품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눈에 띈다.
정작 자산관리 시장의 체감 변화는 크지 않다. 금융 데이터 기관 집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자산관리 상품 전체 규모는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은행과 운용사 현장에서도 대규모 자금 유입 징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주요 주가지수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만기 예금을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로 옮기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은행 현장에서는 예금 만기 자금을 다시 예금으로 묶거나,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우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국 투자은행들은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높은 예금 잔존율을 지목한다. 과거에도 예금 만기 물량이 컸던 시기 대부분에서 가계 예금의 90% 이상이 은행 체계 안에 남았고, 예외적으로 이동이 컸던 시기에도 잔존율은 93% 수준에 그쳤다. 2025년에는 이 비율이 96%까지 높아졌다.
대규모 만기 자금보다 시장의 시선을 끄는 지점은 ‘초과 저축’의 향방이다. 예금 만기와 별도로 누적된 약 6조 위안(약 1,120조 원) 규모의 초과 저축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움직일지가 금융시장 전반에 더 직접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주민 소득 전망과 유동성 환경 변화가 이 자금의 움직임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예금 중심의 보수적 자금 운용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