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조익철 기자 |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전력 변환 기술 기업 지분을 대규모로 확보하며 에너지 산업 구조 재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배터리 제조를 넘어 전력 시스템까지 통합하려는 전략이 구체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12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CATL은 지난 8일 항저우중헝과기투자에 41억 위안(약 8,879억 원)을 투입해 중헝전기 지분 49%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는 현금과 지분을 결합한 형태로 진행됐으며, 단순 투자 이상의 전략적 협력 구조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헝전기는 중국 고압직류(HVDC) 분야에서 사실상 표준을 주도해 온 핵심 기업이다. 국가 표준 제정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약 5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 텐센트 등 대형 IT 기업의 데이터센터 전력 시스템을 담당하며 중국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HVDC 기술은 장거리 송전과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교류 방식 대비 전력 손실이 낮고 안정성이 높아 초대형 데이터센터, AI 연산 시설,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서 필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중헝전기는 이러한 영역에서 설계·장비·운영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CATL은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는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전력 변환 기술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배터리와 전력 시스템을 연결하는 핵심 장치인 PCS와 HVDC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이 사업 확장의 제약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지난 2월 화웨이 디지털에너지 인수가 무산된 이후 CATL은 대체 전략을 빠르게 추진해 왔다. 중헝전기 투자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기존 배터리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전력 생태계 전반을 장악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양사의 협력 범위는 단순 기술 보완에 그치지 않는다. 친환경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전동화 모빌리티, AI 기반 전력 운영 최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시스템의 결합은 향후 핵심 성장 분야로 꼽히며, 양사의 기술 결합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AI 연산 수요 확대와 클라우드 산업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2030년 전체 전력 소비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고효율 에너지 관리 기술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CATL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전력 변환 기술까지 확보함으로써 단순한 배터리 공급을 넘어 전력 저장, 변환, 관리까지 통합 제공하는 구조를 구축하게 됐다. 이는 기존 전력 장비 기업과의 경쟁 구도를 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전동화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시너지가 예상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에너지저장 시스템, 스마트 그리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배터리와 전력 변환 기술의 결합이 요구되고 있으며, CATL은 이를 통해 산업 전반으로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내 에너지 전환 정책과도 맞물린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전력 효율 기술이 동시에 강조되고 있으며, 배터리와 전력 시스템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CATL의 이번 투자는 이러한 정책 환경 속에서 전략적 위치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