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박소영 기자 | 중국 건설기업과 지방 국유투자회사가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공급자로 부상했지만, 이들이 주도한 아파트 단지는 판매 부진에 직면하고 있다.
중앙정부 지원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거 토지를 매입했지만, 정작 분양 시장에서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다.
27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 제일재경(第一财经)에 따르면, 광저우(广州)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중건(中建)계열, 철도건설계열, 지방 도시투자회사(城投) 등이 추진한 신규 주택의 다수가 ‘한 자릿수’ 판매율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건오국(中建五局) 계열인 중건신허(中建信和)는 2023년 광저우 하이주(海珠)구의 택지를 약 19억 위안(약 3,900억 원)에 매입해 중건톈위(中建天钰)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올해 2월 148세대 규모로 분양을 시작했으나, 4월 말까지 계약된 건수는 고작 4세대였다.
이에 회사 측은 즉각 분양가를 100만 위안 이상 낮췄다.
89㎡ 주택의 가격은 498만 위안에서 398만 위안(약 8억 원)까지 인하됐으나, 5월 말까지도 총계약 건수는 9세대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이 중심지임에도 도로 소음, 노후된 인근 단지, 평범한 교육·상업 인프라 등으로 인해 주거 수요자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인근에서 같은 시기 분양을 시작한 그린타운(绿城)의 프로젝트는 더 낮은 가격과 강력한 입지로 절반 이상 판매되며 대조를 이뤘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교(中交)나 광저우 성투(城投) 프로젝트도 예외는 아니다.
광저우다오와 고속도로에 둘러싸인 중교톈췌(中交天翠)는 224세대 중 18세대만 계약됐다.
심지어 광저우시 투자공사가 주도한 톈시(天禧) 프로젝트는 입지와 교육환경 모두 미흡하다는 평가 속에 1년간 분양률이 30% 수준에 머물렀다.
부동산 시장의 판세가 달라진 상황에서 이들 국유계열 개발사들은 여전히 ‘건설에만 강한’ 이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지수연구원(中指研究院)의 류수이(刘水) 연구총감은 “시장조사와 수요 분석이 부족했고, 주거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중건계, 철건계 외에도 중국교통건설, 수전건설 등은 부동산사업 통합·축소 또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심지어 일부는 부동산 개발에서 철수하거나 ‘대행건설’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중교(中交)는 부동산 개발 자산과 부채를 모두 자회사인 중교부동산그룹으로 이관 중이며, 남국지업(南国置业)을 통해 개발한 프로젝트들은 수년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수전건설(中国电建)은 남국지업의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사업 재편을 예고했고, 중국중철(中国中铁) 역시 확대보다 재고조정과 현금흐름 확보를 우선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한편 지방 도시투자회사들은 중앙정부의 부동산시장 ‘바닥 떠받치기’ 정책 속에서 토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실제 착공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21~2024년 기간 중 이들이 매입한 택지 중 미착공 부지가 4,200개 이상, 면적으로는 약 3.6억㎡에 달한다.
이들 부지 중 상당수는 정부에 재매각하거나 민간 건설사와의 ‘대행개발’ 형태로 추진될 전망이다.
2024년 기준, 전체 대행개발 프로젝트의 60% 이상이 지방 성투에서 의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국유자본-민간 건설사 간 협업 확대의 전조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