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정은영 기자 | 막대한 자체 자금으로 버텨온 딥시크가 외부 자금 조달설의 중심에 선 배경으로는 단순한 현금 부족보다 인재 유지와 보상 체계 재설계가 더 핵심에 가깝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도 ‘얼마를 조달하느냐’보다 왜 이제야 외부 자금을 받아들이려 하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20일 CBN에 따르면 딥시크는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 이상을 전제로 최소 3억달러(약 4140억원) 규모의 첫 외부 투자 유치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확산됐다. 그동안 외부 자본을 사실상 차단해온 회사라는 점에서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투자 이벤트가 아니라 경영 방식과 보상 구조, 기술 로드맵까지 함께 흔드는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량원펑 창업자는 오랜 기간 외부 투자자 개입을 경계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딥시크가 수차례 투자 제안을 거절한 것도 기술 독립성과 의사결정 주도권을 지키려는 판단과 맞닿아 있었다. 이런 회사가 처음으로 시장성 있는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 자체가 내부 사정이 달라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투자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대목은 스톡옵션이다. 외부 투자 없이 내부 평가만으로 유지된 옵션 체계는 명목상 가치만 존재할 뿐 실제 시장 가격이 붙지 않아 핵심 인재에게 강한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 외부 기관이 실제 자금을 넣어 기업가치를 확정해야 직원 옵션도 현금화 가능성과 희소성을 함께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조달설은 사실상 인재 보상 체계를 다시 짜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AI 업계 전반에서 최상위 연구 인력 확보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현금 보상과 옵션 가치가 동시에 밀리기 시작하면 독립 노선을 지켜온 회사일수록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딥시크의 급여 수준이 낮은 편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지만, 대형 플랫폼 기업과 유니콘 기업들은 두 배 이상 보상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다는 말이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
실제 핵심 연구진 이탈도 이어졌다. 딥시크 V2 아키텍처 개발에 깊이 관여한 뤄푸리는 지난해 11월 샤오미로 자리를 옮겼고, 궈다야는 최근 바이트댄스 시드팀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멀티모달 아키텍처에 참여했던 롼충은 지능형 주행 솔루션 업체 위안룽치싱으로 이동했고, 딥시크 OCR 계열 핵심 개발자인 웨이하오란 역시 대형 기업 이직설에 휩싸였다.
이 가운데 시장을 더욱 자극한 것은 보상 격차다. 궈다야가 연봉 1억위안(약 190억원) 수준 조건으로 시드팀에 합류했다는 소문까지 돌았고, 바이트댄스 측은 그 수치를 부인하면서도 현금과 주식 옵션을 포함한 기술 인력 보상 체계가 매우 공격적이라는 점은 숨기지 않았다. 사업이 커질 경우 일부 인력은 4년 뒤 수억위안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까지 나오면서, 딥시크가 기존 방식만으로 인재를 붙잡기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더 강해졌다.
여기에 연구개발 비용 부담도 커졌다. 딥시크는 양적투자 기반 자금력을 가진 하이플라이어의 지원 아래 성장했고, 업계에서는 하이플라이어가 2025년 량원펑에게 7억달러(약 9660억원)가 넘는 수익을 안겼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운용자산이 700억위안(약 13조3000억원)을 넘는 그룹의 후광 덕분에 딥시크를 ‘돈 걱정 없는 AI 회사’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지만, 대형 모델 경쟁이 길어질수록 그런 평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비용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특히 차세대 주력 모델 V4 개발 과정은 자금 소모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딥시크는 지난 15개월 동안 눈에 띄는 대형 버전 업데이트를 내놓지 못했고, V4 역시 당초 2월 공개설이 돌았지만 엔지니어링 문제로 일정이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연은 단순한 출시 연기가 아니라 기술 기반 전환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CBN이 전한 내용대로라면 V4는 엔비디아 쿠다 기반 개발 방식을 줄이고 화웨이 어센드 칩 위에서 완전 구동되는 방향을 목표로 잡았다. 이 경우 화웨이 CANN 프레임워크로의 전환이 사실상 완료되는 셈인데, 문제는 기존에 엔비디아 중심으로 축적된 개발 체계를 통째로 손봐야 한다는 점이다. 모델 아키텍처 수정, 시스템 안정성 확보, 학습 효율 재조정, 배포 환경 최적화까지 전부 새 비용으로 붙기 때문에, 자금력이 풍부한 회사라도 외부 조달 카드를 꺼낼 유인이 충분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전환이 성공하면 딥시크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춘 최전선 AI 모델을 내놓는 첫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압박이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중국 AI 기업이 화웨이 기반으로 독자 생태계를 굳히는 그림은 기술적 의미를 넘어 산업 전략 측면에서도 무게가 크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딥시크 V4의 화웨이 칩 완전 호환 가능성을 두고 미국 AI 생태계에 매우 불리한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결국 딥시크의 첫 조달설을 단순히 ‘돈 많은 회사의 변심’으로만 읽으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이미 충분한 현금을 가진 회사라도 시장 가격이 붙은 옵션 체계가 없으면 인재를 지키기 어렵고, 엔비디아에서 화웨이로 넘어가는 기술 전환 국면에서는 개발비와 시간이 한꺼번에 불어난다. 외부 자금 조달은 부족한 현금을 메우는 행위라기보다, 인재 유출을 막고 다음 모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회사를 한 단계 다른 구조로 옮기는 선택에 가깝다.
시장의 진짜 관심도 그 지점에 쏠린다. 딥시크가 이번에 외부 자금을 받게 되더라도 액수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투자자를 들이고, 어느 수준의 기업가치를 받아들이며, 직원 옵션과 지배구조를 어떤 방식으로 다시 설계하느냐다. 딥시크가 침묵을 이어가는 사이 투자업계가 이번 조달설을 ‘자금난’이 아니라 ‘인재 방어와 기술 전환 비용의 공개 선언’으로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