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홍콩이 디지털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 정식 인가제를 도입하며 규제에 돌입한다. 당국은 9월 30일까지 첫 신청을 받아 엄격한 요건에 따라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31일 홍콩금융관리국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허가제’가 공식 시행된다. 신청 대상은 반드시 홍콩 등록 법인 또는 승인 금융기관이어야 하며, 최소 2,500만 홍콩달러(약 45억 원)의 납입자본금을 요건으로 설정했다.
발행되는 모든 스테이블코인은 동일 통화 기준의 실물 자산으로 100% 담보돼야 하며, 각 통화 유형별로 자산풀을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 현금, 3개월 이내 은행예금, 1년 이내 고유동 국채, 중앙은행 담보 등만 담보자산으로 인정된다.
또한 발행인은 지갑 이용자의 실명 확인과 거래 추적 체계를 갖추고, 탈중앙형(비수탁) 지갑의 경우 추가 통제 장치를 적용해야 한다.
보고의무도 강화된다. 스테이블코인 유통량과 담보자산 구성 내역은 매일 작성해 매주 당국에 제출해야 하며, 외부 감사인의 인증 보고서도 매 회계기 종료 후 1개월 이내에 공개해야 한다.
당국은 “인가 절차는 계속 진행되겠지만, 초기에는 신청이 빠르고 준비가 철저한 소수 기업만 우선 심사할 것”이라며, 내년 초 첫 발급 기업을 발표할 계획이다.
기존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 중인 기업에 대해서는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 이들은 10월 31일까지 신청해야 하며, 조례 시행 후 3개월 내 허가를 받지 못하면 4개월째부터는 사업을 철수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징둥(京东, Jingdong), 알리페이 운영사인 마이퇀(蚂蚁, Ma Yi),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홍콩텔레콤 등이 유력한 1차 인가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은 2023년부터 금융관리국이 운영한 ‘샌드박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전력이 있으며, 일부는 합작법인 설립도 마친 상태다.
징둥그룹은 지난달, 스테이블코인 기반 글로벌 결제망 구성을 위해 세계 주요 국가에서 인가 취득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이퇀 역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동시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거래소 라이선스를 보유한 중국계 증권사도 증가 추세다. 6월 이후 궈타이쥔안(国泰君安, Guotai Junan), 둥팡차이푸(东方财富, Dongfang Caifu) 산하 하프증권, 톈펑(天风, Tianfeng)증권, 자오인(招银, Zhaoyin)국제 등 다수의 기관이 홍콩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 거래 인가를 획득했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이번 조례 시행은 미국이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규제법과 함께 글로벌 금융 인프라 재편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을 경우, 홍콩은 그 허브로서 전략적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
징둥과 마이퇀 등 주요 중국 플랫폼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계 디지털 화폐 생태계 구축의 시험대 역할도 주목된다.
홍콩 당국은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인가도 발급되지 않았다”며, 스테이블코인을 사칭한 무허가 활동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경고했다.
31일 현재까지 금융관리국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의사를 밝힌 기업은 20곳 이상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