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송종환 기자 | 중국이 유럽연합(EU)과의 외교 관계 수립 50주년을 맞아 고위급 외교 채널을 전면 가동한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王毅, Wang Yi)는 30일부터 벨기에, 독일, 프랑스를 순차 방문하며, 중·EU 전략대화와 양자 안보 협의를 포함한 다층적 외교 일정에 돌입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이날부터 오는 6일까지 브뤼셀 EU 본부에서 제13차 중·EU 고위급 전략대화를 개최하고, 독일에서는 제8차 중·독 외교·안보 전략대화를, 프랑스에서는 외교장관 회담과 함께 ‘중·불 인문교류 고위급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벨기에 총리 바르트 더베버(Bart De Wever), 외무장관 막심 프레보(Maxime Prévot)와도 각각 면담이 예정돼 있다.
외교부 궈자쿤(郭嘉昆, Guo Jiakun) 대변인은 이번 방문이 “지난 50년간 축적된 중·EU 협력 경험을 정리하고, 향후 지도자 간 상호작용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유럽을 동반자로 간주하며, 신뢰에 기반한 전략적 공감대를 형성해 이견을 관리하고, 다자주의 체제를 함께 수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순방은 특히 EU 집행위원회 새 임기 시작 이후 첫 전략대화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세계 공급망 재편 ▲기후경쟁 ▲기술 디커플링 등 복합 안보 이슈들이 의제에 포함된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 장펑(姜锋, Jiang Feng) 교수는 “중국과 EU는 글로벌 책임을 공유하는 전략적 행위자”라며, “이번 대화는 세계적 불확실성 속에서 외교적 복원을 시도하는 구조적 대응”이라고 해석했다.
국가별 전략 초점도 구체적이다. 독일과는 산업기술 협력, 프랑스는 지역 현안과 국제 영향력, 벨기에는 금융 및 핀테크 분야 협력과 EU 내 중재자 역할이 주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 25일, 왕이 부장은 베이징에서 주중 EU 대사 및 회원국 외교단을 접견하며 “중국은 유럽을 일관된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으며, 미래를 위한 공동 발전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EU 대표단은 “EU는 중국과의 건설적 협력과 다자적 질서 유지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유럽 외교정책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Kaja Kallas)는 지난 23일 브뤼셀에서 “EU는 대중 관계에 있어 일정한 현실주의가 필요하다”며 중국의 강압적 통상 정책과 사이버 공격 등을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외대 왕솨오(王硕, Wang Shuo) 교수는 “중·EU 협력의 본질은 상호 이익이며, 이번 대화는 미국을 의식한 반사행동이 아닌 독자적 외교 아젠다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이 이번 순방을 미국 관세 압박에 대한 대응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중·EU 외교의 내재적 구조와 글로벌 거버넌스 논리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 린젠(林剑, Lin Jian) 대변인은 지난 5월 6일 수교 50주년 기념 담화를 통해 “가장 귀중한 외교 자산은 상호 존중과 차이를 인정하는 태도”라며, “이념과 제도 차이를 넘어서 상생과 개방을 향한 협력적 태도만이 양측을 공동 발전으로 이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