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완식 기자 | 만성 요통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가바펜틴(Gabapentin)이 치매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미국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 관련 논문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004년부터 2024년까지 2만6천여 명의 환자 건강기록을 분석한 결과, 가바펜틴을 최소 6회 이상 처방받은 사람은 치매 발병 가능성이 29%, 경도 인지장애(MCI) 진단 가능성은 85% 높게 나타났다. 12회 이상 복용한 경우 치매 위험은 40%, MCI는 65%까지 상승했다.
이 약은 신경통 및 간질 치료용으로 1990년대 초부터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에서 승인돼 사용돼 왔다. 미국에서는 매년 8백만 건 이상 처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가바펜틴이 뇌 속 억제 신경전달물질인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에 작용해 과도한 신경 흥분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35세에서 49세 사이의 복용자에서 치매 진단 위험이 2배 이상, MCI는 3배 이상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18~34세 젊은 층에선 유의미한 위험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독립 전문가들은 "약 복용 자체가 원인이라기보다는 만성 통증 자체로 인한 신체 활동 부족 등이 위험 요인일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알츠하이머리서치UK의 리아 머설린 박사는 "이 연구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이 아니라 상관관계를 보여준 것"이라며, 복용량이나 복용 기간 등의 데이터가 누락돼 있어 해석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에서는 현재 약 90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은 20년 내 환자 수가 1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수치는 2017년 예측보다 40% 늘어난 수치다.
한편, 지난해 발표된 세계적 연구에선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절반 가까이가 14가지 생활 습관 요인으로 예방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지혈증과 시력 저하 등이 새롭게 위험 요소로 포함됐다.
치매의 대표적 질환인 알츠하이머는 영국에서만 98만2천 명이 앓고 있으며, 기억력 저하, 사고력 감소, 언어 장애 등의 증상이 점차 악화된다. 2022년 영국 내 치매 사망자는 7만4천261명으로, 전체 사망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바펜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약물 복용에 대해 우려가 있는 환자들은 반드시 담당 주치의와 상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