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대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희토류 수출 확대를 전제로 일부 반도체 수출 통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날 런던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이 같은 방침이 처음 공식적으로 거론됐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공급 속도와 물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받을 경우, 첨단 반도체 수출에 대한 일부 규제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NBC 인터뷰에서 “강한 악수가 오간 짧은 회담이었다”며 “희토류가 대량 공급되면 미국의 수출 통제도 동반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전략 자원을 놓고 ‘상호 교환 가능한 구조’를 시험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처음으로 수출통제를 미중 무역협상의 정식 의제로 삼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유지하던 첨단 기술 봉쇄 기조와 확연히 다른 접근이며, 협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으로 보인다.
다만 해싯 위원장은 수출 규제 완화의 세부 항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신,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AI 칩 수출 제한은 여전히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앞서 지난달 제네바에서 열린 양국 고위급 협상에서 미국과 중국은 상호 관세를 90일간 115%포인트씩 인하하고, 중국은 일부 비관세 조치를 해제하기로 합의했지만, 희토류 수출 규제는 여전히 유지된 상태다. 미국은 이를 ‘합의 불이행’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선택적 차별’이라 비판해왔다.
전날 회담에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何立峰, He Lifeng)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참석했다. 양측은 반도체와 희토류라는 상호 전략 자산을 교환 조건으로 설정하며, 기술과 자원 안보를 둘러싼 실질적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전기차, 군수산업, 통신장비,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유지에 있어 절대적인 자원으로 꼽힌다. 미국은 희토류의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엔 구조적 제약이 큰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习近平, 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일 직접 통화를 통해 갈등 해소를 모색했고, 이를 계기로 미중 고위급 협상이 재개됐다.
이번 회담에서 반도체 수출통제가 처음으로 공식 논의된 만큼, 향후 미중 전략경쟁과 기술 공급망 재편에서 중대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