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중국의 거물급 기업인들이 수조 원의 사재를 들여 대학 설립에 나서며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중국의 기술 자립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투자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생수업체 눙푸산취안(農夫山泉)의 창업자 중산산 회장은 400억 위안(약 8조 원)을 들여 항저우에 사립대학 '첸탕대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 회장은 "우리 대학의 사명은 지식의 최전선을 지키고, 과학적 약진을 추동하는 것"이라며 "최고 수준의 인재를 양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저우시는 이미 AI 스타트업과 첨단 기술 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AI 인재의 요람'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첸탕대학교는 연간 15만 명의 전문가를 양성하고, 500명의 연구원을 유치하며, 35만 명의 학생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리 제조업계의 '유리대왕'으로 불리는 푸야오 그룹 창업자 차오더왕 역시 100억 위안(약 2조 원)을 투자해 푸야오과학기술대(FYUST)를 설립했다. 푸야오과기대는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학생 등록 승인을 받았으며, 첨단 제조업에 필요한 실무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웨이얼반도체의 창업주 위런룽은 자금을 기부해 동부공과대(EIT)를 설립했으며, 2022년 첫 박사과정을 개설한 뒤 올해 말 첫 학부생을 맞이할 예정이다.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胡潤) 연구소의 '2024년 중국 자선사업 목록'에 따르면, 상위 기부자 중 70%가 교육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58%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SCMP는 이러한 현상이 중국 부호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국가의 기술 자립과 혁신에 기여하려는 전략적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리밍보 대만구 광저우 연구소 부학장은 "새로운 세대의 전문가가 없다면 중국은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오늘날 기술 혁신은 대학보다는 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기업가들이 그 격차를 메우기 위해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