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대명 기자 | 지난 10∼11일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경제협상이 관세 인하라는 상징적 타결을 이뤄낸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양국은 다시 충돌 국면에 접어들었다.
31일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 그리고 주미 중국대사관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합의를 지키지 않은 쪽은 미국”이라며 강도 높은 반박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회담에서 미국과 90일간 관세를 상호 인하하고 희토류 등 전략자원 수출 통제를 조정하기로 한 합의를 존중했지만, 미국이 이후 자국 내에서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오히려 강화하면서 협력의 전제가 흔들렸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발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언이었다.
트럼프는 전날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국은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중국은 합의 내용 대부분을 성실히 이행해 왔다”며 “미국이 항공기 엔진, 반도체, 고성능 화학소재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한 조치를 유지하거나 강화한 상황에서 중국이 어떻게 일방적으로 양보만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 상무부가 최근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화웨이의 인공지능 칩을 사용할 경우 미국 수출통제 위반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사안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이 조치 발표 직후 상무부 내부에서는 “희토류 수출 관련 조치를 완화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또한, 베이징 소식통은 “트럼프가 언급한 희토류는 단순한 원자재가 아니라 전략 자산”이라며 “서로 간 신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는 회담 후속 발표를 통해 “미국과 중국은 현재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무역 및 기술 문제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중국은 항상 상호존중과 평등의 원칙 아래 대화를 이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이 사마륨, 가돌리늄 등 7종의 희토류 수출 제한을 아직 해제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양국 간 불신의 골은 관세보다도 더 깊게 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 이번 제네바 회담에서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何立峰, He Lifeng)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각각 수석대표로 나서,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145% 관세를,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매겼던 125% 관세를 각기 90일간 115%포인트씩 낮추는 데 합의했다.
그에 더해, 중국은 미국이 4월 2일 발표한 상호관세 조치에 대응해 취한 비관세 조치들을 철회하기 위한 내부 행정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 모든 합의는 상호적 이행이라는 전제 아래 체결된 것”이라며, “미국이 기술과 인적 교류 차단 조치를 유지하는 한, 중국의 희토류 통제 완화도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현재 중국 유학생 비자 심사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과 연관된 기술 기업들의 미국 내 영업 활동에도 다층적인 규제를 가하고 있다.
한편, WSJ(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재개와 관련한 승인 절차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국가 안보와 산업 질서를 고려한 기술적 검토”라고 반박했다.
결국 이번 갈등의 본질은 희토류나 관세보다,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과 중국의 ‘전략자산 방어’ 논리가 정면 충돌한 데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조만간 시진핑 주석과 직접 대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양국 정상이 다시 한번 고위급 소통을 시도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