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완석 기자 | 베트남 정부가 ‘딸만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 현금 및 물질적 지원 정책을 공식 검토하고 나섰다. 저출산과 심각한 성비 불균형 문제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로, 출산율 회복과 남아 선호 문화 타파를 동시에 겨냥한 이례적인 정책 방향이다.
14일 베트남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다오홍란(Đào Hồng Lan) 보건부 장관은 지난 11일 하노이에서 열린 세계 인구의 날 기념 행사에서 “지역과 국가 차원의 인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틀을 마련 중”이라며 해당 정책의 방향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보건부가 제시한 주요 대책에는 자녀 양육 장려금과 출산 전후 건강검진 비용 지원,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한 주거비 보조 외에도 ‘딸만 있는 가정’에 특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와 같은 정책은 아들을 선호하는 오랜 문화가 남아 있는 베트남 사회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24년 베트남의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당 1.91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수준인 2.1명을 처음으로 밑돌았다. 동시에 출생 성비는 100명당 남아가 111.4명으로, 자연적인 성비(105:100)를 크게 웃돌아 여아 기피 현상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적 개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베트남 정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남아 선호 문화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벌여왔지만, 농촌과 일부 소수민족 지역에서는 여전히 뿌리 깊은 전통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보건부는 특히 중부 고원지대와 북부 산악지방에서 10대 임신, 조혼, 근친혼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며, 이러한 유형의 출산이 전체의 21.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 부족과 지역 보건 인프라 취약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또한 베트남은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평균 기대수명은 증가하고 있지만, 건강하게 생존하는 평균 연령은 65세에 불과하며 상당수 노인이 만성질환을 안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의 국가 보건·인구 종합계획 수립을 예고했다. 해당 계획에는 혼인 전 건강검진 의무화, 선천성 질환 치료 지원, 노인 돌봄 시스템 강화, 노인의료 전공 학생에 대한 학비 감면 또는 장학금 확대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유엔 관계자들도 베트남의 정책 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폴린 타메시스 유엔 상주조정관은 “베트남 정부가 양질의 생식 건강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청소년 성교육 확대 등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트 잭슨 유엔인구기금(UNFPA) 베트남 대표 역시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며, 그 선택이 충분한 정보에 기반해야 지속 가능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