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김완석 기자 | 8일 새벽, 하늘은 피빛으로 번졌다. 3년 만에 찾아온 개기월식을 보기 위해 전국의 시민들이 잠을 뒤로하고 거리와 산, 과학관과 천문대로 몰려들었다. 밤을 가르며 솟아오른 붉은 달은 하늘을 가득 채웠고,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위로 향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개기월식은 오전 2시 30분 시작해 3시 11분 절정에 이르렀고, 오전 5시 56분 전 과정을 마쳤다. 태양, 지구, 달이 정렬하며 지구 그림자에 달이 가려지자 달은 서서히 붉은빛을 드러냈다. 이른바 ‘블러드문’이라 불리는 장면이었다.
경북 영천 보현산천문과학관은 개기월식 강연 뒤 대형 천체망원경을 개방했다. 관람객들은 붉은 달뿐 아니라 토성과 성운, 성단까지 차례로 눈에 담았다. 강원 양구 국토정중앙천문대와 군포 누리천문대도 마찬가지로 시민들을 맞아 밤새도록 관측 행사를 열었다. 대전과 서울의 공원, 아파트 옥상과 캠핑장에서도 망원경, 쌍안경, 스마트폰 망원렌즈가 잇달아 하늘을 겨눴다.
현장에는 가족 단위 시민이 많았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달의 변화를 설명했고, 청년들은 카메라를 설치해 순간을 기록했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붉은 달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번 월식은 2022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천문 전문가들은 개기월식은 맨눈으로도 충분히 관측 가능하지만, 망원경을 통해 보면 달 표면의 요철과 그림자 경계가 훨씬 또렷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붉은 달은 대기에서 빛이 산란되며 만들어진 장관이다. 이날 전국 어디서든 하늘은 붉게 물들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별자리와 은하수가 함께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이번 관측은 단순한 천문 현상을 넘어, 사람들이 함께 하늘을 바라보는 드문 경험으로 남았다.
다음 전 과정 개기월식은 2029년 1월 1일 새벽, 또다시 붉은 달이 하늘을 물들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