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박소영 기자 |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은 더 이상 ‘기술 시연’ 수준이 아니다. 이제는 부품부터 통합제어, 실사용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산업체계로 확장되고 있다. 로봇의 관절 하나를 움직이기 위해선 정밀한 서보모터와 감속장치, 센서, 배터리, 전자제어 모듈이 필요하다.
26일 KIC중국에 따르면 이 부품들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중국 기업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다이싱커지(大行科技)는 관절 구동의 핵심이 되는 고정밀 서보모터를 생산하고, 이오텍(忆昕科技)은 로봇의 전원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배터리 모듈을 개발해 이미 일부 제품에 채택됐다.
샤오이로보틱스(小忆机器人)는 고성능 관성센서를 공급하면서 정밀 제어에 필요한 신호 안정도를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계와 조립 기술 역시 빠르게 정교해지고 있다. 경량 합금 구조를 적용해 로봇 무게를 줄이고, 유압과 전자식 제어를 함께 활용해 가동성을 높이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이 분야에선 뉘쥐(钠锯科技), 위시로보틱스(越视机器人) 같은 기업들이 연구·생산을 병행하며 앞서 나가는 중이다.
그러나 외형만 갖췄다고 해서 진짜 휴머노이드라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움직이는 연산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다. 사람처럼 걷고, 균형을 잡고, 공간을 인식하려면 방대한 데이터와 복잡한 수학 모델이 필요하다.
창신인공지능(畅新人工智能)은 보행 제어 기술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해 상용 로봇에 실제 적용했고, 톈중커지(天众科技)는 인간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를 그대로 따라 하는 자세 학습 모델을 완성해냈다.
이 모든 기술이 하나로 묶이는 건 결국 응용 현장이다. 물류창고에서 박스를 옮기고, 병원에서 안내 역할을 하거나, 공장에서 조립 작업을 돕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클라우드 연동, 디지털트윈, 원격 제어 등 다양한 정보기술이 함께 작동하며 하나의 플랫폼 생태계를 이룬다.
중국 정부는 이 흐름을 단순한 산업 전환으로 보지 않는다. 공업정보화부는 올해 ‘2024~2026년 행동계획’을 통해 로봇 산업을 국가 주력 산업으로 명시하고, 전국에 100개 이상의 로봇 응용 시범 지역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응용 분야별로 특화 기업을 선정하고, 구동기·AI·배터리 등 핵심 기술 내재화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산업 분화도 지역 단위로 정교해지고 있다. 선전, 상하이, 항저우 같은 대도시는 로봇 배치와 응용 중심으로, 허페이, 우한, 쑤저우 등 내륙 도시는 부품 생산과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구역을 나눠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열린 ‘세계 최초 로봇 하프 마라톤’은 이런 구조를 실증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18대의 휴머노이드가 참가해 10km를 완주하는 동안, 각 기업이 개발한 제어 알고리즘과 배터리 지속 시간, 균형 유지 기술이 시험대에 올랐다.
실내가 아닌 야외, 평탄하지 않은 도로 환경에서 로봇을 완주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복합적 성능을 검증하는 무대였다.
중국은 이 산업을 2030년까지 세계 3대 전략산업 중 하나로 키우겠다는 목표 아래, 기술, 자본, 정책을 전방위로 집중하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로봇은 단순히 걷는 기계가 아니라, 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새로운 좌표에 가깝다.
KIC중국(글로벌혁신센터·김종문 센터장)은 2016년 6월 중국 베이징 중관촌에 설립된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비영리기관이다.
한국 창업기업과 혁신기업의 중국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또 중국 진출의 정확한 로드맵을 제공하고 플랫폼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