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중국이 하이난을 전면 개방형 자유무역항으로 전환하며 대외 개방 전략의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관세와 통관, 산업 정책을 동시에 바꾸는 대규모 제도 실험이 본격 가동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17일 중국 정부에 따르면 중국 하이난 자유무역항은 18일부터 전면 개방 체제로 전환됐다. 하이난 전역이 독립 관세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해외에서 하이난으로 들어오는 물품은 원칙적으로 관세가 면제된다. 대신 중국 본토로 반입되는 물품에 대해서만 선별적인 세관 관리가 적용되는 구조다.
중국 해관 당국은 무관세 수입품과 역외 가공 제품, 일부 규제 대상 품목만 본토 반입 시 검사 대상으로 분류했다. 그 외 물품은 별도 검사 없이 하이난 내에서 자유롭게 유통된다. 해외 무역은 자유화하고 본토 반입만 관리한다는 이중 구조가 제도적으로 정착된 셈이다.
무관세 적용 품목은 기존 약 1,900개에서 6,600개로 확대됐다. 전체 수입 품목의 70% 이상이 관세 부담에서 벗어나며 기업들의 원가 구조에도 직접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역외 가공 관세 면제 제도를 활용한 기업은 129곳으로, 이들이 절감한 세금은 약 8억6천만 위안, 한화로 약 1,795억 원에 이른다.
소비 정책 역시 함께 손질됐다. 하이난 면세 쇼핑 품목은 47개 카테고리로 확대됐고, 애완동물 용품과 악기 등 비전통 소비재가 새롭게 포함됐다. 하이난을 단순 관광지가 아닌 소비와 유통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정책 의도가 반영된 조치다.
전면 개방을 뒷받침할 세관 인프라도 대부분 구축됐다. 하이커우를 중심으로 핵심 통관 시설이 가동에 들어갔으며, 하이난과 중국 본토를 연결하는 주요 관문 10곳은 국가 검수를 마쳤다. 단일 창구 방식의 스마트 세관 관리 시스템을 통해 한 번의 신고와 검사로 통관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했다.
약 30억 건의 데이터를 축적한 빅데이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리스크 분석도 자동화됐다. 무관세 품목과 역외 가공 제품, 면세 쇼핑 물품은 알고리즘을 통해 선별 관리된다. 기업 신용 등급에 따른 차등 통관 제도가 적용되면서 우수 기업은 검사 빈도가 줄고, 관리가 필요한 기업은 집중 점검 대상이 된다.
하이커우 신하이항과 난항에는 대형 화물 집중 검사장이 가동됐다. 연간 172만 대의 화물차와 4,400만 톤의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화물차는 도착 후 수 분 내 통관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전면 개방 이후 하이난은 산업 정책 실험의 중심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바이오의약, 신에너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낮은 세율과 간소화된 규제를 앞세워 글로벌 자본과 기술, 인재를 끌어들이는 구조가 본격화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