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정은영 기자 |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가격이 2027년 두 배 이상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생산능력을 선점하면서 일반 서버와 스마트폰, PC 제조사의 물량 확보 경쟁도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1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HBM4 가격은 2026년 하반기 기가비트당 약 2달러(약 3000원)에서 2027년 4~5달러(약 6000~7500원)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에 투입되는 HBM4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주요 고객사가 장기계약으로 생산 물량을 선점한 결과다.
HBM4는 기존 D램보다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기간도 길다. 초기 수율이 낮은 데다 한정된 웨이퍼에서 확보할 수 있는 제품 수량도 적어 공급 확대 속도가 AI 가속기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 HBM 생산에 필요한 웨이퍼 면적은 일반 DDR5의 약 3배로 알려졌다.
글로벌 HBM 시장을 장악한 삼성전자(三星电子·005930.KS), SK하이닉스(SK海力士·000660.KS),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美光科技·MU)는 주요 AI 고객사와 3~5년짜리 장기 공급계약을 확대했다. 디지타임스는 2027년 세계 D램 생산능력의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대형 고객사에 배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계약을 서두르지 않은 중소 서버업체와 소비자 전자제품 제조사는 필요한 메모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
HBM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범용 D램의 수익성 상승도 자리 잡았다. DDR5 공급 부족으로 일부 제품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메모리 업체가 범용 D램 생산라인을 HBM으로 전환하려면 더 높은 판매가격이 필요해졌다. 제한된 웨이퍼를 놓고 HBM과 DDR5가 경쟁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SK하이닉스 곽노정 최고경영자는 2027년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산업 역사상 공급 부족이 가장 심각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가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충하더라도 메모리 수요가 생산능력을 웃도는 상황은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10일 미국 나스닥에서 미국주식예탁증서 ADR 거래를 시작했다. 공모가는 149달러(약 22만4000원), 첫날 종가는 168.01달러(약 25만2000원)로 공모가보다 12.8% 상승했다. 발행 규모는 265억달러(약 39조8000억원)로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공모 가운데 최대 기록을 세웠다.
대만 메모리 모듈 기업 에이데이터(威刚科技·3260.TW)도 3분기 가격 인상 통보가 시작됐다고 공개했다. 천리바이 에이데이터 회장은 메모리 원제조사들이 D램 계약가격을 20~30%, 낸드플래시 가격을 35~40% 올리겠다는 방침을 고객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의 2026년 생산 물량 대부분은 이미 판매됐으며 일부 고객사는 2027년 이후 공급계약 협상에 착수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集邦咨询)는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보다 13~18%, 낸드플래시 가격은 10~1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추론용 서버와 대형 데이터센터가 수요를 떠받치지만 소비자용 전자제품 판매 둔화와 높은 가격 부담 때문에 상승 폭은 이전 분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계산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트렌드포스보다 가파른 인상 폭을 제시했다. UBS는 3분기 D램 가격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32%로 높였고 4분기에도 18% 추가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낸드플래시는 3분기 30%, 4분기 12%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에이데이터는 AI용 HBM 생산 확대에 따라 일반 D램과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에 투입되는 낸드플래시 물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제조사의 장기계약 확대와 생산라인 배분 변화 속에서 고객사들은 2027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공급계약 협상을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