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박소영 기자 | AI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투자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동시에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 가운데 화웨이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 로드맵인 '도법(Tao Law) V2'를 공개하면서 반도체 장비와 첨단 패키징 산업 전반으로 투자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6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AI 인프라 확대와 메모리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메모리 제조사의 대규모 자본지출과 화웨이의 새로운 반도체 설계 철학이 맞물리면서 장비·소재·EDA·광통신 기업까지 수혜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A주 시장은 상하이종합지수가 0.06% 상승한 반면 선전성분지수는 1.16%, 차이넥스트지수는 1.77% 하락하며 혼조세를 나타냈다. 상하이·선전·베이징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3조1000억위안(약 592조원)을 넘어섰지만 전 거래일보다 약 1000억위안 감소했다. 시장은 조정을 받았지만 증권사들은 반도체 장비 업종의 중장기 성장성에는 변화가 없다는 의견을 유지했다.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공격적인 설비 투자다.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 공장 확장에 1조5000억엔(약 14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에서는 HBM 등 AI용 고성능 메모리 제품을 생산하며 2028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최대 5000억엔(약 4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국가 차원의 지원도 본격화됐다.
마이크론은 2027회계연도 설비투자를 400억달러(약 54조6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1000억달러(약 136조5000억원)를 넘는 장기 공급계약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서버 업체들의 주문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공격적인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AI 메모리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규 생산라인과 첨단 공정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증가로 HBM과 DDR5, 기업용 SSD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메모리 3사가 사실상 동시에 증설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가 단순한 생산 확대를 넘어 차세대 AI 인프라 주도권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기술 측면에서는 화웨이의 '도법 V2' 발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화웨이 반도체 사업부는 지난 3일 중국과학원 논문 플랫폼 ChinaXiv에 도법 V2를 공개했다. 기존 이론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시간상수(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스케일링 체계와 다양한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추가하며 무어의 법칙 이후 반도체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증권업계는 도법 V2의 핵심을 '로직 폴딩(Logic Folding)' 기술로 보고 있다. 기존 평면 구조의 논리회로를 여러 개의 활성층으로 수직 적층하고 초미세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로 연결해 성능과 집적도를 동시에 높이는 방식이다. 이 구조가 상용화되면 첨단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로직 폴딩이 확대될 경우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식각장비와 증착장비, 본딩장비, 검사장비, 첨단 패키징 장비다. 설계 단계에서는 EDA 소프트웨어의 역할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설계 방식으로는 복잡한 3차원 구조를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궈진증권은 메모리 3사의 증설이 장비업체와 핵심 소모품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공정 식각장비와 후공정 테스트 장비, 고기능 부품 업체들이 가장 먼저 투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선강증권도 화웨이의 기술 혁신이 중국 웨이퍼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 생태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평가했다. 웨이퍼 제조뿐 아니라 본딩장비, 패키징 장비, EDA, 광통신까지 산업 전반에서 신규 투자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규모 전망도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중신증권은 전 세계 31개 반도체 제조사의 설비투자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반도체 제조기업의 자본지출이 2025년 1681억달러(약 229조원)에서 2028년 3417억달러(약 466조원)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공정 장비 시장(WFE)은 같은 기간 2414억달러(약 329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25년보다 약 108% 증가한 수치다. 후공정 장비 시장 역시 161억6000만달러(약 22조원)에서 383억달러(약 52조원)로 늘어 약 13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메모리 분야 장비 수요 증가율이 파운드리보다 더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갤럭시증권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반도체 장비 산업의 높은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ASML이 올해 매출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한국에서도 삼성그룹과 SK그룹이 AI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면서 장비 투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퍼스트캐피털증권은 AI 메모리 공급 확대와 장기 공급계약 증가를 감안하면 반도체 장비 산업이 장기간 높은 성장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오픈소스증권 역시 AI 컴퓨팅 수익화가 본격화되면서 HBM, DDR5, eSSD를 중심으로 첨단 제조장비와 패키징 장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투자 사이클의 특징은 메모리 기업의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반도체 기술 변화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생산라인 증설은 전통적인 제조장비 수요를 확대하고, 화웨이의 새로운 기술 로드맵은 첨단 패키징과 EDA, 광통신 등 새로운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맡으면서 반도체 장비 산업 전반의 성장 동력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