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김평화 기자 | 중국 변압기 산업이 AI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타고 세계 전력설비 시장의 핵심 공급축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중국 변압기 수출액은 600억위안, 우리 돈 약 11조4000억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전력망 교체 수요를 흡수했다.
2일 KIC중국에 따르면, 세계 최대 변압기 생산국인 중국은 기술력과 생산능력, 현지화 서비스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변압기 수주를 확대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확대, AI 데이터센터 건설, 해외 노후 전력설비 교체가 맞물리면서 변압기는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한 품목으로 떠올랐다. 중국 기업들은 대형 변압기와 특수 변압기, 초고압 설비를 중심으로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늘렸다.
허베이성 바오딩에 있는 중국 전력설비 기업 바오볜전기(保变电气·600550·상하이증권거래소) 조립공장에서는 400톤이 넘는 천장 크레인이 변압기 본체를 초대형 유조 탱크 안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해당 제품은 방글라데시 기업에 인도될 예정이다. 바오볜전기의 해외 수주 증가율은 최근 5년간 연평균 50%를 넘었다.
글로벌 변압기 수요는 세 갈래에서 커졌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가 늘면서 송전망과 변전 설비 증설이 필요해졌고,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고성능 변압기를 요구했다. 해외에서는 30년 이상 운용한 노후 변압기의 고장률이 높아지며 교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었다.
중국의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 연산 인프라 전력 사용량은 연평균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전력 소모가 큰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변압기 수요를 직접 끌어올렸다. 서버와 전력제어 장비가 대규모로 배치되는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 변환과 배전 안정성이 운영 비용과 직결된다.
공급 확대는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변압기 생산시설을 새로 구축하는 데 1∼2년이 걸리고, 핵심 부품을 다룰 전문 인력을 키우는 데는 3∼5년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증산 계획을 세워도 단기간에 실제 공급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변압기 기업들은 급격한 증설보다 점진적인 증산 전략을 택했다. 수주 잔고와 납기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해외 프로젝트 대응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대형 전력설비는 품질 검증, 운송, 현지 설치, 사후관리까지 함께 묶이기 때문에 단순 생산능력보다 전 공정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중국 변압기 산업은 단순 제품 수출에서 기술 수출과 표준 주도 단계로 이동했다. 중국 기업들은 연구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설계, 장비, 조립 기술, 유지보수 체계를 함께 제공한다. 현지화 서비스와 맞춤형 생산 능력이 수출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바오볜전기는 대용량 위상변환 변압기 기술을 앞세워 2024년 캐나다 초대형 위상변환 변압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회사 제품은 현재 50여 개 국가와 지역에 공급된다. 단권 위상변환 변압기, 가변 리액터, 초고압 승압변압기 등 해외 맞춤형 제품도 개발했다.
허베이 전력설비 기업 가오징전기설비(高晶电器设备·비상장)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기술 공유, 설비 지원, 현지 조립을 결합한 모델을 도입했다. 종합 기술 솔루션과 핵심 생산설비를 함께 제공해 현지 파트너의 생산과 애프터서비스 역량을 높이는 방식이다. 중국 기업은 제품만 넘기는 대신 기술 현지화와 시장 확대를 함께 추진했다.
맞춤형 생산도 중국 기업의 강점으로 부각됐다. 국가마다 전압, 전력망 규격, 운송 조건, 설치 환경이 달라 표준 제품만으로는 해외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 가오징전기는 해상 운송 과정의 염분과 습기 노출을 고려해 표면 도장 소재와 공정을 개선했고, 장거리 운송 뒤에도 제품 성능이 유지되도록 했다.
중국에는 약 3000개의 변압기 관련 기업이 활동한다. 지난해 중국 변압기 수출액은 600억위안, 우리 돈 약 11조4000억원을 넘었고 전년 대비 약 36% 증가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변압기 생산국으로 글로벌 생산능력의 약 60%를 차지한다.
완성도 높은 산업 생태계는 중국산 변압기의 가격과 납기 경쟁력을 키웠다. 원자재 조달, 부품 공급, 대형 장비 조립, 시험 인증, 항만 물류까지 국내 산업망 안에서 빠르게 연결된다. 글로벌 전력설비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중국 기업은 대량 생산과 맞춤형 납품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공급 기반을 갖췄다.
기술 경쟁력도 빠르게 높아졌다. 중국 기업들은 초고압 송전 설비, 저소음 초고압 리액터, 대용량 유연직류송전 변압기 등을 개발했다. 친환경·고효율 분야에서는 천연에스터 절연유 변압기와 최고 효율 등급 변압기를 내놨다.
중국 전력설비 기업 중국시뎬(中国西电·601179·상하이증권거래소)은 전고체 변압기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했다. 전고체 변압기는 전력 변환 효율과 제어 능력을 높일 수 있어 데이터센터와 신형 전력망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중국 기업의 기술 축적은 전력망 고도화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를 함께 겨냥한다.
특수 변압기 분야에서도 국산화 성과가 나왔다. 중국은 해상풍력용 유연 컨버터 변압기 개발을 추진했고, 신재생에너지의 대규모 전력망 연계에 필요한 장비 경쟁력을 높였다. 해상풍력, 에너지저장, 초고압 송전, 데이터센터가 같은 전력설비 시장 안에서 연결되며 변압기 수요의 폭이 넓어졌다.
기업들은 신뢰성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았다.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연계와 연산 인프라 구축이 빨라지면서 변압기는 장기간 고부하 운전과 복잡한 외부 환경을 견뎌야 한다. 해상풍력과 데이터센터용 설비는 핵심 소재, 절연 구조, 냉각, 진동, 내습성까지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요구한다.
효율성 향상도 중요한 과제다. 변압기 에너지 효율은 핵심 소재와 부품 기술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업계는 초고압 설비의 신뢰성 향상 연구, 500킬로볼트 이상 초고압 식물성 절연유 변압기, 내진형 유연직류송전 변압기, 전고체 변압기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급망 협력은 다음 단계의 승부처다. 첨단 소재와 핵심 부품의 병목을 줄여야 고효율·고신뢰 변압기의 대량 공급이 가능하다. 중국 기업들은 표준화와 해외 프로젝트 경험을 축적하면서 국제 표준 분야의 영향력도 넓히고 있다.
친환경 전환도 속도를 냈다. 중국 정부는 에너지 절감 설비 고품질 발전 실행방안을 발표하고 2026년부터 2028년까지 고효율·에너지 절감 제품 보급과 활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세제 혜택 등 지원 정책을 통해 기업의 에너지 효율 개선과 설비 개조를 지원하고, 전력망 운영 기업과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에너지 절감·탄소 감축 진단을 장려한다.
중국 변압기 산업은 AI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노후 전력망 교체라는 세 수요를 동시에 받았다. 생산능력과 기술 축적을 갖춘 중국 기업들은 대형 해외 프로젝트에서 납기와 가격, 맞춤형 설계를 결합해 수주를 늘렸다. 바오볜전기, 중국시뎬, 가오징전기설비 등 중국 기업들은 초고압, 특수 변압기, 데이터센터용 전력설비를 중심으로 해외 공급망 안에서 비중을 높였다.

KIC중국(글로벌혁신센터·김종문 센터장)은 2016년 6월 중국 베이징 중관촌에 설립된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비영리기관이다.
한국 창업기업과 혁신기업의 중국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또 중국 진출의 정확한 로드맵을 제공하고 플랫폼 역할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