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구태경 기자 | 딥시크(DeepSeek)가 첫 외부 투자 유치 협상에 들어가며 기업가치가 약 450억달러(약 62조7000억원)까지 거론됐다. 중국 국가 반도체 산업 펀드와 텐센트가 투자 검토에 나서면서 중국 AI 산업이 ‘국산 칩-모델-생태계’ 결합 단계로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딥시크는 최근 화웨이 어센드 기반 신형 모델 공개와 초저가 정책까지 동시에 밀어붙이며 글로벌 AI 시장 가격 구조를 흔들었고, 중국 정부 자금까지 결합될 경우 미국 중심 AI 질서에 맞서는 독자 생태계 구축 속도가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7일 중국 매체 남방도시보에 따르면 중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은 딥시크의 첫 투자 라운드 참여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 유치가 성사될 경우 딥시크 기업가치가 약 450억달러(약 62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홀딩스(00700.HK)도 투자 협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종 투자자 구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딥시크의 몸값은 불과 보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뛰었다. 지난달 22일 시장에서는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딥시크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며 당시 기업가치는 약 200억달러(약 27조9000억원) 수준이라는 관측이 나왔는데, 이후 신형 모델 공개와 가격 인하 정책이 이어지며 평가가 급격히 올라갔다.
딥시크는 지난달 24일 차세대 모델 ‘딥시크 V4’ 프리뷰 버전을 공개했다. 상위 모델인 V4-Pro는 글로벌 최상위 폐쇄형 모델을 겨냥해 개발됐으며 총 파라미터 규모는 1.6T, 활성 파라미터는 490억개 수준이다. 컨텍스트 길이는 100만 토큰이다. 경량 모델인 V4-Flash는 2840억 파라미터 구조로 설계됐으며 활성 파라미터는 130억개다.
업계에서는 딥시크가 엔비디아 GPU 체계에서 화웨이 어센드 플랫폼으로 학습 프레임워크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출시가 늦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딥시크는 차세대 모델에 화웨이 최신 AI 칩을 적용해 중국산 연산 인프라 기반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는 모델 공개 직후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도 나섰다. 회사는 V4-Pro API 가격을 한시적으로 기존 대비 75% 할인했고, 이어 전체 API 서비스 입력 캐시 가격을 기존의 10분의 1 수준까지 낮췄다. 최신 정책 기준으로 V4-Pro 입력 캐시 가격은 100만 토큰당 0.025위안(약 5원), V4-Flash는 0.02위안(약 4원) 수준까지 내려갔다.
중국 AI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AI판 가격 전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딥시크가 초저가 정책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사이 중국 인터넷 대기업과 AI 스타트업들은 모델 성능 경쟁과 상용화 경쟁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멀티모달 분야 움직임도 포착됐다. 일부 이용자들은 노동절 연휴 직전 딥시크가 영상·이미지 기반 기능 테스트를 제한적으로 시작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딥시크는 ‘Thinking with Visual Primitives’라는 제목의 기술 보고서를 공개했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논문과 저장소를 비공개 처리했다.
중국 AI 업계에서는 영상·음성 분야가 딥시크의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연산 자원과 자금 부담 때문에 멀티모달 모델 확대 속도가 늦었다는 분석이 나왔으며, 이번 투자 유치 추진 역시 해당 영역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의 기존 노선 변화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그동안 외부 투자 유치를 거부하고 독립 경영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중국 AI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상장과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전략 수정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2025년 딥시크 R1 모델 공개 이후 중국 AI 업계는 급격히 재편됐다. 즈푸AI(02513.HK)와 미니맥스는 이미 홍콩 증시에 상장했고, 웨즈안면과 제웨싱천도 IPO 절차를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웨즈안면이 20억달러(약 2조7900억원) 규모 신규 투자 유치를 추진하며 기업가치가 200억달러(약 27조900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핵심 인재 유출 문제도 투자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샤오미 창업자 Lei Jun이 딥시크 핵심 개발자 뤄푸리를 영입해 AI 조직을 맡겼고, 또 다른 연구원 궈다야는 바이트댄스로 이직하며 연봉 규모가 1억위안(약 194억원)에 달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중국 정부 자금이 참여할 경우 딥시크는 단순 AI 스타트업을 넘어 국가 전략 산업 일부로 편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은 중국 재정부 중심으로 조성된 반도체 육성 펀드로, SMIC와 상하이화리 등 중국 핵심 반도체 기업에 투자해 왔다.
중국 정보통신경제 전문가위원회 판허린 위원은 “딥시크가 자금 부족 때문에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은 아니다”라며 “AI 생태계 확장과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해 국유 자본과 산업 자본을 함께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