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엠뉴스 김대명 기자 | 중국이 혁신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글로벌 출시 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실험에 들어갔다. 상하이 푸둥신구가 연구와 임상, 허가와 상업화를 한 공간에 묶는 전면적 제도 실험지로 부상하고 있다.
22일 중국 정부와 의료 산업계에 따르면, 푸둥신구는 글로벌 혁신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최초 출시지를 목표로 제도 개방과 산업 인프라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 최대 수준의 의약품 소비 시장이었지만, 신약과 첨단 의료기기의 첫 상용화 무대는 주로 미국과 유럽에 집중돼 있었다. 푸둥은 이 구조를 전환하기 위해 연구개발 단계부터 임상 시험, 허가 심사, 시장 출시까지의 전 주기를 하나의 지역 안에 집적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푸둥신구 전략의 출발점은 제도 선개방이다. 기존 의료 규제 체계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던 허가와 보험 연계 절차를 분리해, 혁신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는 속도를 앞당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조치가 민관 협력형 상업보험 제도다. 공적 의료보험 등재 이전 단계에서도 혁신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민간 보험을 통한 비용 보전 구조를 허용했다. 이 구조를 통해 기업은 조기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의료기관은 최신 치료 기술을 기존보다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 환자 접근성 역시 공보험 편입 이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방식이다.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크로스보더 위탁 생산 허용도 푸둥의 핵심 제도 실험 가운데 하나다. 글로벌 제약사와 의료기기 기업이 중국 내 생산과 임상, 품질 관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조정했다. 이를 통해 푸둥은 단순한 판매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기업의 초기 출시 전략과 생산 계획이 함께 설계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연구개발과 제조, 임상 데이터 축적이 한 지역에서 순환되는 구조다.
데이터 인프라 구축 역시 병행되고 있다. 푸둥은 의약·헬스케어 분야에서 신뢰 가능한 데이터 공간 조성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임상·의료 영상·실사용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 데이터 공간은 연구기관과 기업, 의료기관 간 협력을 촉진하는 기반으로 작동한다. 임상 시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혁신 제품의 실제 의료 현장 적용 결과를 빠르게 축적하는 역할을 한다.
푸둥신구는 과학자 창업 생태계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연구 성과가 곧바로 창업과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기관, 엔젤투자, 창업 플랫폼,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결합한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 국내외 대학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푸둥으로 끌어들이는 전략도 병행된다. 초기 연구 단계부터 글로벌 기준을 적용해, 해외 출시를 염두에 둔 제품 설계가 가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의약·의료기기 분야에서 비용과 속도 경쟁력 역시 푸둥의 강점으로 꼽힌다. 선진국 대비 낮은 연구개발 비용과 임상 시험 실행 효율은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초기 출시 거점으로서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푸둥이 추진 중인 제도 개혁은 단일 지역 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이 혁신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최초 출시지’라는 새로운 위치를 확보하려는 전략의 전면에 놓여 있다
KIC중국(글로벌혁신센터·김종문 센터장)은 2016년 6월 중국 베이징 중관촌에 설립된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비영리기관이다.
한국 창업기업과 혁신기업의 중국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또 중국 진출의 정확한 로드맵을 제공하고 플랫폼 역할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