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송종환 기자 | 인류 문명은 충돌로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완성해 간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전날 베이징에서 개막한 ‘글로벌 문명대화 각료회의’에 보낸 서한에서 이같이 밝혔다.
11일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회의가 “다양한 문명의 공존과 상생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문명 간 평등, 교류, 포용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난해 자신이 제안한 ‘글로벌문명 이니셔티브’를 실천하는 데 있어 이번 회의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세계 평화와 발전을 위한 인류 문명의 다양성 수호’를 주제로 10일 베이징에서 개막했으며, 이틀간 140개국 600여 명의 고위급 대표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중앙대외연락부가 공동 주최했으며, 세부 분과토론에서는 인문교류, 기술혁신, 문화유산, 학술연대 등 다양한 의제가 다뤄졌다.
시진핑은 서한에서 “문명의 다양성은 자연의 질서이며, 인류가 진보하려면 서로 다른 문명이 교류하고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갈등의 원인은 종종 오해와 단절에서 비롯된다”며, “지속가능한 평화는 문명 간 신뢰와 이해, 포용을 통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날 회의 개막식에서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이 평화를 내세운 것은 냉전적 사고가 되살아나는 지금, 전 세계에 필요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하토야마는 “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맞아 중일 양국은 혐오의 반복을 멈추고, 공존의 모범을 세계에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각국 대표들의 발언에서도 문명 간 교류의 필요성과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파키스탄 정보방송부 장관 아타울라 타라르는 “이번 회의는 문명의 공통점을 찾고, 대화를 통해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계기”라고 말했다.
불가리아 국회 교육과학위원장 안드레이 초르바노프는 “중국처럼 영향력 있는 국가가 이렇게 문명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은 세계에 긍정적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슬로바키아 유럽연합 대표 가브리엘 피셔는 “서방 언론의 편견은 직접 중국을 방문해보면 깨진다”며, “중국의 조직력과 문화 역동성은 세계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케냐 전 장관 라파엘 투주는 “문명은 타인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힘에서 완성된다”며, “중국의 연대 모델은 아프리카의 우분투 철학과 통한다”고 언급했다.
또 몰타 대학 스티븐 카치아 교수는 “세계는 갈등과 기후변화 등 중첩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중국은 늘 대화의 틀을 먼저 만들고, 갈등 대신 교류를 앞세워 왔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의는 중국이 제안한 글로벌문명 이니셔티브의 실행력을 보여주는 자리로, 중국이 자국 중심의 문화 외교를 넘어 글로벌 가치질서의 재구성까지 모색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연대가 두드러졌으며, 중국이 서방과의 대립 구도를 문화 대화로 전환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행사 개막에 앞서 지난 7일부터 해외 대표단은 상하이를 거쳐 베이징으로 이동했으며, 이번 회의를 계기로 중국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사우디 등 47개국에 대한 비자 면제 확대도 함께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