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지엠뉴스 송종환 기자 | 중국이 핵 전략의 중추로 꼽히는 둥펑(东风, Dongfeng)-5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능을 관영 매체를 통해 처음으로 상세히 공개했다. 핵 전력 투명성 확대가 아닌, 핵보유국으로서의 전략적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발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중앙TV(CCTV)는 전날 보도에서 둥펑-5B형 ICBM이 TNT 폭발력 300만~400만t에 달하는 핵탄두 1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미국 원자폭탄의 위력 대비 약 20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해당 미사일은 사거리 1만2천㎞로, 미국 전역은 물론 서유럽 대부분을 타격권에 둔다. 보도는 또한 이 미사일의 탄착 정확도가 500m 이내이며, 길이 32.6m, 직경 3.35m, 발사 중량은 183t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간 핵무기 관련 정보에 대해 극도로 제한된 접근만 허용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공개는 이례적이다. SCMP는 CCTV가 왜 이 시점에 제원을 밝히기로 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쏭중핑(宋忠平, Song Zhongping)은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중국이 아직 세계에 드러내지 않은 훨씬 강력한 전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둥펑-5는 1970년대 초 개발돼 1981년 실전 배치된 중국 최초의 고정식 ICBM으로, 중국의 핵 억지 전략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이후 다탄두(MIRV) 탑재가 가능한 개량형 모델들과 함께 최신형 둥펑-31, 둥펑-41 등이 전력에 편입됐다.
SCMP는 이번 공개가 미국과의 전략 균형 측면에서 핵 투명성보다는 ‘억제력 과시’ 성격이 짙다고 해석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44년 만에 태평양 방향으로 ICBM을 시험 발사했으며, 당시 발사체는 둥펑-31AG로 추정됐다. 이후 둥펑-5 계열을 포함한 중국 ICBM에 대한 서방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 국방부는 작년 보고서에서 중국이 6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그 수가 1천 기를 초과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보 공개가 자국 내 군사기술 고도화를 국내외에 천명하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을 향한 전략적 경고의 신호로 활용된다고 보고 있다.